대통령의 메시지는 늘 주목을 받아왔다. 그 주인공이 강대국의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married up>이라는 표현을 써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자신보다 매력적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상대와 결혼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영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은 배우자를 구했을 때 요람을 강탈했다(rob the cradle)라든 가 trophy wife(husband)라는 표현도 영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우리 표현에 <married up>이란 표현은 딱히 없는 것 같고 <결혼 잘했다> 정도의 말이 이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게 생각한다. 편의상 <상향 결혼>이라고 하자.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보다 훨씬 젊고 미모도 상당한 배우자에 대한 재치(quip) 있는 일과성 칭찬으로 치부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상원의원만 36년, 부통령 8년의 외교, 국방 전문가의 함의(implication)가 그 정도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실례되는 표현이나 의뭉스러운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소국의 대통령을 만나 <상향 결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물론 그 자신과 10세 가까이 차이 나는 질 여사와 재혼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미 관계>를 빗대어 얘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면하는 걸 사전에 알았으니 어떤 임팩트 있는 말을 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을 수도 있다. 보란 듯이 중국보다 나은 결혼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제정치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미국은 아마도 소련을 견제하려고 중국의 힘을 키웠는데, 호랑이를 키워 경계를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250년간이나 지배를 받다가 모처럼 반기를 든 것이 성공해 국가다운 국가를 처음 세운 러시아로서는 해묵은 민족감정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오월동주하는 심정으로 필요할 때 공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도는 것은 그들 표현대로 순망치한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안다면 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해동성국 발해와 같은 입장에 처했지만, 물론 우리의 역량이나 집단지성이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확장된 건 사실이다. 그래도 부자 망해도 3년 간다고 일본이나 러시아는 속된 말로 <썩어도 준치>는 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주변 강대국들도 챙기되 언제까지 펜스 위에서 눈치만 볼 수는 없다. 친구 관계는 유지하되 결혼은 한 곳 하고만 해야 한다면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면 된다. 우리 속담에 <같은 값이면 은가락지 낀 손에 맞으라고 했다>. 그 은가락지가 누군지는 다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