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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y 15. 2022

지각이 없는 사람들

직장생활의 즐거움이 많지만, 승진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동시에 올라가는 일이니 <꿩 먹고 알 먹는다>는 예전 속담에 꼭 들어맞는 상황이다.


예전에 직원이 만 명정도 되는 중견 기업체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입사 후 대리로 첫 진급을 했다. 사무실에서는 낮은 직급이었지만, 라인에서는 생산 직원을 250명가량을 책임지는 <높은> 자리였다. 당시 대리는 다른 직급에 비해 월급 인상폭이 가장 커 100원짜리 요구르트가 500원짜리로 바뀌었고 콩나물도 동네에서 사던 것을 유명 유기농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했다. 사무실 의자는 팔걸이가 달린 걸로 교체되었고 식당에서도 대리 이상은 줄이 따로 있어 좋았다. 과장을 거쳐 수석 과장이 되니 서울 시내인데도 불구하고 전용 주차 공간이 주어졌다. 또 매달 자동차 유류비가 현금으로 지급되었다. 모든 직원은 출근하면서 정문에 있는 컴퓨터에 자신의 사 번을 입력함으로써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는데 차장 이상은 <지각>이 없어 어쩌다 늦어도 지각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나도 한 때는 지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부지런해서가 아니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다국적 회사에 책임자로 전직했는데, 그곳 역시 부장 이상은 <지각>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개인 노트북을 지급했다. 얼핏 보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사실 따로 근무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데 회사의 무서운 전략이 숨어 있었다. 일일이 확인해 본 건 아니지만, 다른 회사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어느 유명 대기업 임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직접 듣고는 깜짝 놀랐다. 퇴근시간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출근 시간이 얼마나 일렀는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은 좀 달라졌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 년 내내 그런 식이니 그 정도 연봉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기업 정기 대졸 공채에 시험 삼아 응시했다가 1.1대 1의 최종면접에 하마터면 합격할 뻔했는데 운 좋게 임원이 되었다 해도 내 정신력으론 얼마 못 버텼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XX가 도승지 불쌍타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으나 지각없는 사람들, 알고 보면 정말 할게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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