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

최경창과 홍랑의 사랑

by 김광훈 Kai H

요즘 같은 기준으로는 30년만 사랑이 유지되어도 불멸의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물리학자와 결혼을 서둘러 30년을 함께한 여성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한참 명성을 쌓아가고 있던 올가 러지도 생각난다.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고 반체제 작가, 비평가였던 에즈라 파운드를 50년이나 곁에서 지킨 것은 불멸의 로맨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파운드는 시 모더니즘의 중심인물로 TS Eliot을 발굴해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헤밍웨이를 ‘세계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하기도 했다.


고죽 최경창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며 시인으로 율곡 이이와 함께 팔 문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의 희생양이 되어 관운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경성에 부임했을 때 그가 지은 시를 암송하던, 재색을 겸비한 기녀 홍랑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치 프랑스 영화에서 줄리엣 비노슈 (엘르)가 평소 흠모하는 작가 윌리엄 쉬멜(제임스 밀러)과 사랑에 빠진 것을 연상시킨다.


최경창이 병석에 누웠을 때 홍랑은 경성에서부터 칠일 밤낮 천 리 길을 걸어와 병시중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경창이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자 그의 무덤 가에 초막을 짓고 시묘했다. 다른 남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치장도 하지 않고 얼굴도 전혀 가꾸지 않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최경창이 남긴 원고를 잘 간직해 오늘날까지 전하게 한 공도 잊을 수 없다. 또한, 그녀가 남긴 시는 조선 시대 최고의 연시로 남아 있다. 최경창의 생존 시는 물론이고 그가 죽어서까지 정성을 다했다. 이에 감동한 해주 최 씨 가문에서 기녀 출신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그녀가 죽자 최경창 옆에 묻었다고 한다. 최경창의 배우자로 예우한 것이다. 마침 회사 근처에 그들의 묘가 있어 찾아가 한국판 불멸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미국의 유명 작가 헨리 제임스는 사랑이란 너무나 교묘한 것이어서 백 개나 되는 조그만 신호가 이리저리 오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반적인 자극과는 달리 사랑의 신호는 미약하고 미묘한 것일수록 중독성이 강하다. 낙원의 정복(Conquest of Paradise)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정복하는 것도 끊임없는 진군이 필요하다. 진군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물론 상처를 입는 것은 필수다.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뚫고 나아가야 한다. 낙원으로 향하는 발길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저 간단없는 북소리에 맞추어, 목적지 부근에 도달했을 때의 영광과 환희 그 감격의 순간을 떠올리며, 사랑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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