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혼술 집이 있다. 혼술을 위한, 혼술에 의한 술집이라는 구호가 어느 유명 정치인의 역설하던 것과 유사한 듯하다. 필요하면 혼술 할 수 있는 거지 눈치 볼 필요 없다. 또 혼술 하는 다른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다. 실제로 술집 안을 들여다보니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같은 입장이 되면 한 편이 되는 듯하다. 벤자민 프랭클린 말대로 물에는 박테리아가 있을 뿐이지만, 와인엔 지혜, 맥주엔 자유가 있으니 적절히 즐길 일이다. 처음엔 당신이 술을 마시지만, 술이 술을 마시게 되고 결국에는 술이 당신을 마시게 된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주변에 같이 밥 먹을 동료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 늘 혼자 밥 먹는 직원이 있었다. 30대 중반까지 결혼을 하지 않길래 혹시 여자 사귀는 법이 서투르거나 다른 생각이 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결혼도 했고 직장에서는 여전히 혼밥을 즐기고 있다. 혼밥 하면서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아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본 영화 심야 식당에서 처럼 혼밥 하는 사람끼리도 자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혼밥 클럽이 생긴다. 더구나 독특한 메뉴를 시키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말을 걸 확률이 높다. 일산의 어느 유명 설렁탕 음식점에 혼밥 코너가 생긴 걸 최근에 보았다. 최근엔 혼당(혼자 당구 치는 것) 대환영이란 광고도 보았다. 역시 대세인 듯하다.
인스타그램에 ‘나는 혼술해여’라고 포스팅한 여성 연예인을 보았다. 어묵 탕이 있는 것으로 봐서 칵테일 바는 아닌 듯싶다. 칵테일을 그다지 즐기는 건 아니지만, 얼마 전 이태원의 바에서 마셨던 켄터키 뮬이 기억에 남는다. 민트 잎이 달린 잔가지를 가니쉬(garnish)로 장식한 것이 이채로웠다.
‘혼밥은 문화다’라고 생각하는 청년층이 80%나 된다고 한다. 혼밥으로 인한 영양 부실과 식품 안전성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라 국회를 비롯해 포럼이 열린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강상중 교수의 지적대로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잣대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일반 시민까지 포함해 현재의 번영이 자신들의 희생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이니 다소 모순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라는 주문을 한다. 청년 세대 입장에서 이해 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그동안 눈치에 매몰되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없었던 획일화된 세상에서 벗어나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