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Gang Jan 26. 2020

시리즈를 마무리 하며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를 아주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천재 소리를 듣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군다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자라며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학생이었다. 어렵게 부모님이 장만해 준 백과사전을 제본한 곳이 떨어질 때까지 읽었고, 집에서 유일하게 한 질이 있었던 위인전을 읽고 또 읽었던 걸 보면, 책 읽는 것은 그리 싫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나며, 새로운 문화를 만나며 아주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고, 울산에서 서울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무대를 넓혀가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한 삶을 잘 살기 위해 박사과정과 교수는 수단으로 선택되었던 것 같다. 박사과정의 마지막 관문인 디펜스를 마칠 때 지도교수님과 내가 아는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신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석사를 마치고 대전에 연구원에 근무하면서 정말 길 가다 마주치는 것이 '박사님'들이어서 그런지 잘 못 느꼈는데, 내가 하고 보니 새삼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게 다가왔다. '이 힘든 과정을 잘 겪으셨구나!' 하며


물론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들도 그 과정이 고통스럽긴 매 한가지라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물론 생활의 속속들이 모든 부분에서 마치 세상을 새롭게 접하는 유치원생처럼 받아 들어야 하는 그것이 덧대어져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대단하네요"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대단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꾸준히 했을 뿐이다. 그러면 또 "아 그럼 원래 꾸준히 하시는 분이신가봐요?" 라고 물으실텐데 사실 누구보다 실증도 잘내고 생각보다 대충대충 하는 그냥 평범한 우리네 사람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다만 조금더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밥은 먹고 살아야 겠는데, 이걸 하는게 나랑 조금더 맞다고 생각해서 였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많은 분들이 그만큼의 고생을 안하고 사회(학교)생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석사과정 때 프로젝트와 수업, 연구로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특별한 연구도 아닌데 엄청 고생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 때 통계학을 가르쳐 주시러 왔던 어느  연구원 박사님께서 여담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곳에서 이 정도 공부할 것 같으면 어디서든 성공하실게예요"라고 그게 지식적인 측면보다도 한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특유의 '장시간 일하는' 문화를 의미하셨던 것 같다.  


일의 성과나 효율성을 떠나서 그렇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잠못자면서 해봤던 경험, 그 자체가 내가 박사과정 하는데 가장 큰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면서 줄곳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이 정도는 다 하잖아'라고 되뇌었던 것 같다. 물론 공부와 생활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져서 힘들고 외로움이 있어 더 크게 느껴졌겠지만 말이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한 사람의 인생 과정이다.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나 스스로도 내 과정을 돌아보며 지난 10여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고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끔 인생의 길을 가다보면 지칠 때가 꼭 있기 마련이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라 라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곤 했다. 여행을 가던, 게임을 하던, 책을 읽던, 음악을 듣던, 산책을 하던... 생각보다 인생은 길고 지금의 잠시 쉬어가는 것이 길게 보면 결코 별것이 아니었기에 자신이 주저 앉고 싶을때 지금 하고 싶은 한 가지를 하면서 긴 여행길의 에너지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 같다. 부모의 아들, 아내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 학생들의 교수, 연구자, 결코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벌어오는 월급쟁이, 낯선 곳의 초보 이민자, 유명하지 않은 팟캐스트의 진행자,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그냥 가끔 글을 쓰는걸 좋아하는 작가지망생, 봄이 되면 집주변에 예쁜 정원을 꾸미고 싶은 초보 정원사, 언젠가는 배우고 싶은 비행기 조정사, 영어를 공부하는 평생 학생 등등. 이런저런 하고싶은 일을 키워나가다 보니 정말 수식어가 끝도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그 수식어에 무엇을 또 더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고민남. 그렇게 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같다.


이것으로 한국교수, 미국 교수되기 시리즈는 마치고, 다음에는 한국 교수 vs 미국 교수 시리즈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며, 혹시 궁금한 사항이나 오류가 있다면 언제든 dr.gang2cents@gmail.com으로 연락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각자의 위치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당신을 응원한다.


Maryland에서 강광욱 드림      


출처: https://07701.tistory.com/138 [강박의 2 cent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