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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Gang Jan 25. 2020

연구자 vs 교육자, 그리고 다시 미국행

그렇게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시간은 언제나 변함없이 흐르게 마련이다.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의 그 불확실성에 마음을 졸였었는데, 그 결과는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결과였다. 처음 미국, 적응, 영어, 공부, 가족, 이런 단어들로 가득한 삶에서 이제 선생이 추가되었다.  


박사과정 말년차 즈음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가족분이 계신데, 그분들과 식사하는 과정에서 "교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는데, 그 말을 곱씹으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 20대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손잡아 줄 사람이 없어서 무척이나 방황이 심했는데, 나의 그 나이 때 친구들을 이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사명감 같은 거창한 단어는 아니지만 꽤나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박사과정은 한명의 연구자를 훈련시키는 과정이기는 하나 교육자를 훈련시키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학교마다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95%가 연구자로의 훈련이지 교육자로의 훈련은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좋은 연구자와 좋은 교육자는 꼭 등치가 되는 건 아니다. 선생으로의 평가는 내 수업을 듣거나 나와 함께 인연을 가진 학생들의 몫이겠지만, 그래도 그들과 교류하는 걸 꽤나 즐겼던 것 같다. 아마도 시골 촌뜨기에서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기까지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고민도 했었고 도움도 받았는데 그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영광스럽게 UNIST의 교수가 되고 부모님이 일단은 참 좋아하셨다. 그럴수밖에 없었겠지만, 아마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그 즐거움에 친구들에게 꽤나 많은 밥과 술을 사셔야 했을 것 같다. 내가 대단한 효자는 아니지만, 부모님께 좋은 선물 하나를 드린 것 같아서 나 역시 마음이 나쁘진 않았다.  


UNIST는 나에게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나보다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학생들은 싫어했겠지만, 산으로 둘러 쌓인 크지 않은 캠퍼스, 그리고 이런저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볼 수 있는 자유도가 있었다. 물론 처우도 좋았고. 다만 연구중심대학과 티칭 중심대학의 비교를 한 바 있지만, 연구중심대학, 그리고 신생대학으로 짧은 시간 안에 무엇인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내외부의 부담감이 있는 학교였고, 대부분 공대에 사회과학을 하는 과가 껴있는 형상이라, 평가 등 모든 것이 집중화되어 있는 상황은 있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왜 다시 미국으로 가셨나요? 라고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모든 것을 세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하나는 박사과정 없는 돈에 앞으로 불확실한 내 신세도 참으로 답답했지만, 그래도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함께 밥을 먹고 첫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캠퍼스를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꼈던 그 느낌이 참으로 좋았다. 한국으로 지원할 것인지, 미국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 한국의 상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교수가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조그만 톱니바퀴 삶은 변함이 없었다. 


이미 40대 초반에 들어서고 있었기에 무엇인가 결정을 하려면 지금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 이면에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이 많은 경우에 박사를 끝내고 미국 대학에서 경험을 가지고 한국 대학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면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반대로 박사를 마치고 한국 대학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 대학으로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고 사실 너무도 힘들다는 사실을 몰랐다. (Ignorance is bliss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사실 미국에 이미 많은 후보자들이 있는데 굳이 저 멀리 아시아의 조그만 한 나라에서 사람을 뽑을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한 거지, 


처음 박사과정을 할 때는 몰랐지만, 다시 준비를 하면서 알게된 것이 참 많은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프랑스, 중국, 미국 이렇게 지원을 하였다. 각 나라들도 국제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International 학자들을 뽑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각 학교 혹은 나라도 궁금하기도 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이 프랑스와 중국이었는데, 지금도 쉽게 이 나라의 학교들이 교수자원 충원에 열심히 임을 알 수 있다. 특이하게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나라에 지원을 하였는데, 다들 캠퍼스 내에서는 영어를 쓰고 있는 나라였다.  


지난 실패이후로 정확한 시기를 알고 있었기에 미리 준비를 하고, AOM을 통해서 각 학교의 Job posting을 확인하고 지원을 하였다. 많은 학교를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준비와 시기가 맞으면 성공확률이 높다. 거의 대부분 학교에서 Skype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재미있게도 각 나라에서 캠퍼스 비짓을 요청받았다. 미리 공부는 했지만, 역시 직접 가서 보면 그 장단점이 명확히 보인다. 


1. 일본 : 한국에서는 EBS에서 '기적의 학교'로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Akita International University 였다. Akita는 일본 서북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은 삼나무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E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삼나무로 지어진 도서관을 보여주었는데 이 도서관이 너무나 보고 싶었다. 일본어라고는 이찌, 니,  정도만 아는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지만,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을 보여주었고, 노교수와 젊은 교수 간의 명확한 상하가 특징적이었다. (한국이랑 비슷하다). 내 기억으로 한분이 태국 출신이었고 대부분은 일본인이었다. 학교 투어를 할 때 스텝에게 도서관을 보여달라고 요청을 했고 거기서 한 30분만 앉아 있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보여주며 도서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학교는 교육중심의 학교라 연구발표를 짧게 하고 모의수업을 실제 학생과 함께 진행하는 것을 뒤에서 참관하는 스타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이 부분이 특징적이었음), 끝나고 학교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끝나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캠퍼스 하우징의 1인실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삼나무로 건물이 지어져 향이 너무나 좋았다. 날씨가 좋았으면 좋았겠지만, 조금 우중충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아키타의 유명한 삼나무

내 생애 손꼽을 만큼 예뻤던 도서관, 들어가면 삼나무 향이 온몸을 감싼다.

30여 분을 멍하니 앉아 있었던 


2. 중국 : University of Nottingham Ningbo. 원래 영국학교였는데 지방정부에서 유치를 해서 적극적으로 학교를 확장하고 있었다. 청주에서 직항 편이 있어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으로 Ningbo에 닿을 수 있었는데, 학교가 신과 구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학교에서 잡아준 호텔 프런트 직원이 영어가 잘 안되어, 캠퍼스를 제외하고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중국어를 전혀 못함. 인터뷰가 끝나고 학교에서 호텔로 걸어오면서 주변 환경을 살펴봤는데, 길거리에 있는 간판을 Starbucks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읽을 수가 없었다. 연구중심의 학교라 연구 중심으로 발표를 했고, 교육경험은 나중에 별도로 질의응답을 하였다. 연구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셨고, 그 이후 학과장님과 별도로 또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UNIST에서 창업교육센터를 맡았었기에 그 학교에서 지금 짓고 있는 창업센터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이 완공되면 운영하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솔깃한 제안이었다. 저녁에는 그날 그 자리에 면접을 온 사람을 한꺼번에 불러 같이 식사를 했는데 다 한국인이었고, 아무래도 경쟁(?)하는 위치가 뭔가 어색함도 있었다. 


날씨가 우중충 하긴 했지만, 중국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캠퍼스


3. 프랑스 : NEOMA Business School. 프랑스는 최근 열심히 교원을 충원하여 학교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굉장히 많은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을 충원하고 있다. 이때가 테러사건 직후이긴 했는데 여전히 엄청난 관광객이 비행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학교는 캠퍼스가 여러곳이 있었는데, 파리에 대부분의 행정 업무가 집중되어 있고, 각 캠퍼스는 교육을 담당하는 듯했다. 그래서 면접도 파리에서 하루하고 다음날 내가 담당할 캠퍼스로 이동하여 연구발표와 교수님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예전 배낭여행 때 파리는 인상이 참 좋았었는데 그곳을 거의 15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라 느낌이 새로웠다. Skype 인터뷰를 끝내고 Campus visit invitation을 받았을 때 이곳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어 친절한 한국인 교수님과 통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묻기도 하였다. 날씨가 좋아서 그랬던지 활발한 캠퍼스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유럽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유럽 전문가가 되는 것도 꽤나 매력적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15년만에 돌아온 프랑스 파리

파리 캠퍼스에서 HR office와의 미팅, 연봉/지원 등을 논의 하였다.

랭스(Reims)로 이동

잠못이루고 새벽에 일어나서 바라본 Reims 대성당

정말 아름다웠던 랭스대성당

오후에 인터뷰한 NEOMA Business School


4. 미국 : 그리고 마지막으로 Salisbury University. AOM에서 인터뷰를 보긴 했지만, 인터뷰 볼 때 부터 시차를 잘 못 알아서 인터뷰를 놓칠 뻔했던 인연이 있었는데, 당시 노교수님들이 오셔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그 인상이 참 좋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이 저렇게 콧수염이 하얘질 때까지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은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새롭게 수혈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내용을 알 리 없는 나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Skype 인터뷰를 다시 하고 그리고 Campus visit 요청을 받았다. 바로 직전에 중국에서 인터뷰를 보고 한국에서 바로 옷 만 갈아입고 다시 미국행을 했어야 했다. Priceline에서 제일 싼 비행기 표를 끊어서 인천에서 다시 중국 베이징을 거쳐 워싱턴으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대략 700불 정도였던 듯 진짜 싸긴 했네).  


중국 단체 관광객이 타고 있어 한숨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저녁 늦게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는데 잠이 올리가 있나, 새벽 3시에 다시 씻고 렌트카를 몰고 초행길을 달려 새벽 6시에 학교 앞에 도착한다. 다행히 Starbucks가 5시 30분부터 문을 열고 있어 커피 한잔에 인터뷰 준비를 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30까지 하루 빽빽한 일정이었고, 각 교수님들과의 면담, 연구발표, 점심식사, 저녁식사까지 온종일 인터뷰를 보는 것이다. 30분 단위로 돌아가는 일정은 정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시차 적응에 잠도 며칠째 제대로 못 잔 상태였는데, 다행히 노교수님들이 그 노력을 가상히 봐주셨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물어본 적이 있다. 나를 왜 뽑으셨냐고, 당시 Committee chair 였던 교수님께서 주 과목은 Strategy였지만, 창업교육센터를 운영한 경험, Entrepreneurship 를 가르친 경험, 그리고 국제경영까지 할 수 있는 점이 당시 학교에서 찾던 fit에 정확히 맞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커피한잔을 하고, 해가 뜨자 학교를 한번 둘러보기로 한다. Purdue Business School

역시 날씨가 중요하다. 아침햇살에 기분마저 상쾌했다.

새로지어져 내부가 멋졌던 도서관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학교에서 오퍼를 받았고, 다행이도 여러 학교에서 받은 오퍼 중에서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익숙한 미국을 선택하고, 그간 정들었던 UNIST와는 작별을 고하고 미국 시골의 한 주립대학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반,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한국-> 미국-> 한국-> 미국 불과 10년 만에 태평양을 두 번 왕복을 했는 나의 여정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UNIST의 정들었던 방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출처: https://07701.tistory.com/136 [강박의 2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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