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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홍 Aug 04. 2021

내일의 나에게 좋은 잠을 보낸다

수면은 내일의 나에게 건네는 약속이다. 

나는 늘 내일의 나에게 잘못을 저질렀다.




새벽은 나의 도피처


반복되는 수험 생활에서 도피하기 위해서는 새벽이 필요했다. 학교에 얽매여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부족한 시간은 잠을 빌려 벌충했다.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결국 졸음과 흐리멍덩한 정신이라는 대가를 치뤄야 했다. 대학교에 가서도 회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하루를 억지로 연장하고 싶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나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은 잠을 아꼈지만, 나는 그저 내일이 오는 게 싫어서 잠을 미룬 것뿐이었다. 


잠은 끝까지 미루고 싶은 방학 숙제 같았고, 

나는 언제나 방학 숙제를 미루는 학생이었다.


수면은 하루의 시작


수면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의 시작


퇴사하고 난 뒤, 루틴 만들기에 에너지를 쏟았다. 루틴만이 흘러가던 인생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 바퀴라고 여겼다. 그때 만난 <모닝 루틴>이라는 책의 나온 한 문장이 수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버렸다. 

“수면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음 날의 시작”이라는 문장이었다. 수면은 단지 오늘과 내일을 구분하는 막간의 시간이라고 여겼다. 하루를 건강하게 시작하기 위해서 좋은 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은 더는 미루고 싶은 숙제도 하루 끝도 아니었다. 

오늘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잠은 뜻깊은 선물이 될 수도,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잠은 내일의 좋은 나를 만든다.


나만의 나이트 루틴을 다시 꺼내 든다. 아직도 하루 끝에서 마감을 두려워하며 잠을 미루곤 한다. 불안한 미래에 잠 못 드는 날도 있다. 전등을 끄고 마음이 노곤해지는 음악을 튼다. 내일 할 일을 간단히 적고, 읽고 싶은 책을 느긋하게 읽는다. 잠시 뒤척여도 괜찮다고 속삭인다. 오늘의 일은 오늘 끝났으니 더는 걱정하지 말고 푹 잠들라고 나에게 말한다. 


좋은 잠은 내일의 좋은 나를 만든다. 

내일의 나에게 좋은 잠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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