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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의 하루 Jun 19. 2022

알려주는 길

실용서를 읽다 길을 잃다

신주쿠에서 길을 잃었었다.

나는 지나가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타임스퀘어와 도꼬데스까" 라고 기계처럼 물었다.

날씨가 제법 추워서 코가 벌겋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낮에 그렇게 상냥하게 따뜻했으면서 이 나라의 외교정치만큼이나 이 나라의 날씨도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내 질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단번에 내 말 뜻을 이해한것 같았다. 

어쩌면 나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답을 원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입가를 주목했다. 

그들이 잠깐 산책 나온 동네주민인지, 노인인지,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여자인지, 막 퇴근길에 올라 집에 갈 마음에 부푼 남자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방향에 대한 정보를 기대했다.

나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한건지 딱하게 길을 잃은 여행객으로 생각하는 건지 그들은 기꺼이 길을 가르켜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르킨 방향으로 향하면 어김없이 막다른 골목과 함께 점점 더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가게 되었다. 매번 물어볼 때마다, 사람들마다 다른 방향을 가르키는 덕분에 나는 의도치 않게 몇시간 동안 신주쿠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되었다. 몇번이나 같은 길을 지나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실용서라는 책을 산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바꿔주기를, 적어도 자신이 기댈 수 있기를, 자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길 기대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답을 원한다. 그래서인지 세상에는 나와있는 많은 종류의 실용서에 집중했다. 나는 그 책을 쓴 작가가 잠깐의 휴식기에 들어온 부탁 때문에  포장된 언어를 늘어놓는 교수인지,  알지도 못하는 대학을 나와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것들 때문에 추앙 받는 자인지, 자신의 주장이 당연히 옳은 진리로 가는 길이며 그 길을 걷는 것을 추천하는 사이비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방향에 대한 정보를 기대했다. 나를 이런 책을 주로 사는 소비자로 생각한건지 딱하게 길을 잃어 방향이 필요한 여행객으로 생각하는 건지 그들은 기꺼이 길을 가르켜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르킨 방향으로 향하면 어김없이 예상치 못한 골목에 다다랐다. 매번 물어볼 때마다, 사람들마다 다른 방향을 가르키는 덕분에 나는 곤란해졌다. 모두가 자신이 가보지도 않은 곳을 가르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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