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주차 시작은 병원에서 보낸다. 주말에 정기 산모 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병원에서 경부 길이가 너무 짧아져서 곧 아이가 나올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 갈 때까지만 해도 검진 끝나고 뭘 먹으러 갈지 이야기하면서 병원 문을 들어왔는데, 검진 후에는 바로 입원 수속을 밟아야 했다. 먹어야 할 맛집 메뉴가 병원 식단으로 바뀌고 말았다. 최근 아내가 약간의 통증이나 입덧이 있긴 했지만 쌍둥이 산모 중에서는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입원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10,000보를 산책할 정도로 건강을 자부했는데 쌍둥이 산모에게 입원은 한 번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걸까? 임신 전에도 하지 않았던 꾸준한 걷기 운동을 저녁마다 했던 게 문제였을까? 산모는 아기와 본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걷기 운동을 한 건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 모양이다.
병원에 입원하면서 1인실 2인실 고민이 많았는데, 언제까지 입원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비용적인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다음 주 중으로 출산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질 때까지 기약 없는 입원이었기에 2인실을 선택했다. 좋아지면 퇴원, 이 상태 거나 더 나빠지면 이른 둥이를 출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내는 37주까지는 꼭 아이들이 배 속에서 크고 나오길 원했기 때문에 산모와 아이들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오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2인실에서 임산부 두 명과 각자 남편까지 4명이 3일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병상이 거의 붙어있는 관계로 속삭이듯 이야기해도 옆에 다 들릴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어도 옆에서 무엇을 먹는지 알아맞힐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이었다. 대부분 시간에 핸드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가져와서 넷플릭스를 같이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편한 소파와 티브이가 있다면 주말을 순식간에 삭제했을 수도 있겠지만, 병원 침대에 걸터앉아 작은 화면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시간을 죽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나마 남편들은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잠깐 밖에 나갔다오거나 산책을 할 수라도 있었지만 입원한 두 임산부는 병실에 갇혀서 밖에 나오기도 쉽지 않아 몸도 마음도 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병실 윗 층에는 미용실에 있는 샴푸 의자가 있었는데 일요일에 아내는 머리를 감아도 된다는 병원의 허가를 받아서 머리를 감겨주러 올라갔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 생활을 몇 년 동안 했어도 아내의 머리를 감겨주는 건 처음이었다. 시원하게 머리도 혼자 못 감는 아내의 머리를 감겨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웃으며 참아내는 아내를 보니 대견하기도 했다.
금토일 주말이 끝나고 남편들은 일을 하러 병실을 떠났고, 두 산모만 2인실에 남았다. 2인실의 고요함을 깬 것은 두 산모 모두 쌍둥이라는 것을 알고나서부터다. 공감을 할 수 있는 주제가 있다 보니 퇴원할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퇴원할 때는 다음 병원 검진 때 서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35주까지 오면서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주변에 친구나 친척 중에 같은 산모를 만나기 어려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가 발이 넓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친구들 대부분 결혼도 하지 않아 아내가 임신과 출산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눌 상대가 부족해서 조금은 더 외롭고 조금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으로서 같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과 똑같이 배가 불러오는 임산부와의 교류가 있었다면 아내도 공감을 할 수 있고 좋은 팁도 얻거나 어려움도 같이 헤쳐나갈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쌍둥이 산모와 병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아내를 보며 육아 때도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는 ‘육아동료’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저출산/저출생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주변에 출산/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육아동료’가 점점 더 사라지기 때문에 임신 계획 단계에서부터 ‘임신과 출산’이라는 선택지에 대해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내의 입원 가방을 풀며, 동시에 출산 가방을 챙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