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배는 점점 더 불러오고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날은 이제 정말 멀지 않았다.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해서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한 육아법도 고민이지만,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나 자신도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이제 막 태어날 아이들은 20년, 어쩌면 30년간 부모의 재정적·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텐데, 부모로서 경제적, 공간적, 시간적 여력이 충분할까? 혹은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러한 무거운 책임 때문에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한 과제를 목표까지 묵묵히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도 시작된다. 세상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전래 없는 폭염과 이상기후로 이번 10월도 늦여름 같은 날들이 많았다. 이번 여름이 우리가 앞으로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경고 문구는 섬뜩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20년 뒤 성인이 되어 만날 기후조건은 어떨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지난 20년 간 겪었던 경험보다 훨씬 더 가파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다. 뉴스 면에서는 기괴한 흉악사건이나 새롭게 생기는 범죄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나라의 10년 뒤, 20년 뒤 미래는 어떨까?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인구만 많아지면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인프라 붕괴다. 20-40대 인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 공권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먼저 티가 나는 것은 치안 및 안전 인프라가 일부 핵심지역에만 남아있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 서울로, 서울에서도 강남으로 어떻게든 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았던 30년은 대한민국이 계속 성장만 하던 시절이었다. 우상향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우리 아이가 겪을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는 사실 또한 나의 무거운 짐을 더 무겁게 느껴지게 한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하고 무엇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지를 정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수능 문제집과 달리 우리 인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은 한 가지 답만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는 본인이 정할 수 있으니깐. 내가 어떻게 기준을 세우고 중심을 잡는지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받을 것을 영향을 생각한다면, 더 신중해지고 더 고민이 깊어지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