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요이치, 《수학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철학이 나치와 히틀러의 사상적 무기로 오용되거나(이본 셰라트의 《히틀러의 철학자들》), 경제학이 권력자와 기득권층의 논리로 전락하는지에(조너선 앨드리드의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대한 책들을 읽은 터라 이 책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심지어 제목도 비슷하니).
그러나 이 책은 수학을 몰라, 정확히는 숫자에 대한 감각이 없어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숫자 감각에 관해 쓰고 있다. 말하자면 경제에 관해서, 나아가 세상 돌아가는 데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무기’로서 수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수학은 하나도 어려운 수학이 아니다. 회계를 알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복식부기의 원리, 그것도 가장 기초를 다루면서 이를 알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볼 줄 알게 되고, 국가의 부채에 대해서도 다른(즉, 정확한) 시각을 갖게 된다는 걸 역설한다. 또한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앞에 그려져 있는 수요-공급 곡선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되고, 국가의 고용이 결정되는 원리를 설명한다. 물론 이 수요-공급 곡선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이에 대해 저자가 더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혀 무지한 이들이 이러한 원리만 알더라도 뭔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 있다.
(당연히) 통계를 다루는데 (역시 당연히) 멀리 나아가지 않는다. 정규분포곡선(이른바 가우스 곡선이라고 하는 종 모양의 가장 단순한 통계 곡선)만 다룬다. 여기서도 평균과 편차, 분산 정도만 다루는데, 이는 고등학교 수학에서도 아주 쉬운 단계다. 그냥 눈 감지 말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통계를 읽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새로운 것들에 눈뜨기 시작한다는 것을 저자는 역설한다.
그리고는 베이즈 확률도 이야기한다. 베이즈 확률은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현대의 많은 확률이 이걸로 설명할 수 있고, 또 많은 거짓말과 오해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베이즈 확률이므로 당연히 다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것을 정리해서 머릿속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문과 바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좀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말이지만, 문과생들이 바보란 뜻이 아니고, 숫자를 가지고 사고할 줄 모르는 이를 일컫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주 어렴풋하게만 파악하게 되고, 심지어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저자가 얘기하는 수학은 절대 어려운 수학이 아니다. 그래서 충분히 따가갈 수 있고, 이 정도만 알더라도 우리가 아는 세상이 좀 더 선명해진다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단 몇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싫고, 힘들다면(힘든 게 아니라 정말 싫거나 게으른 거다) 하는 수 없다. 그냥 희부옇게 세상을 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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