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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08. 2020

새로운 건축은 어떻게 가능한가?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한참을 에두른다거의 절반에 이를 때까지 동서양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비교하고 있다강수량 1000mm를 기준으로 벼농사와 밀농사로 나눠진 동양과 서양은 농사의 성격상 한쪽은 집단주의가다른 한쪽은 개인주의가 심어렸다그리고 그런 성향은 깊게 뿌리내려 건축에까지 이어져 동양은 공간을 중시하여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는 건물을서양은 벽 중심의 건물을 짓게 되었다대체로 이런 이야기다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많은 저서논문들이 밝혀온 바다.

 

그런데 이게 건축가 유현준의 전공은 아니다그래서 그렇게 정교한 논의는 아니다다만 왜 그런 비교를 길게 하는지는 분명하고(이미 눈치를 챌 수 있다), 그 의도에 걸맞은 정도의 깊이를 갖추고 있다.

 

그런 비교가 끝날 때쯤동양의 문화가 서양에 소개되면서 그것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나가는 장면이 펼쳐진다자연의 모습을 닮은 정원과 도자기를 싼 종이에 함께 딸려왔던 그림을 받아들인 고흐의 미술 등이다그리고... 당연히 건축으로 넘어간다.

 

한계에 다다랐던 서양 건축은 철근과 엘리베이터와 같은 기술과 동양의 공간적 특성을 접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그 인물이 바로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다그들의 건축은 동서양의 문화가 섞이면서 새로워졌다바로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 동서양의 차이를 길게 서술했고그 차이가 비로소 20세기 들면서 건축에서 융합되었다는 것이다그리고 다시 루이스 칸과 안도 다다오에 이른다루이스 칸은 동양의 공간을 접목시킨 건축에서 나아가 과거의 유전자를 끌어온다그리고 안도 다다오는 시간을 공간화시킨다바로 융합의 힘이다지리적 교배시간적 교배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새로이 접목시키고 융합시켰을 때 새로운 건축새로운 문화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감한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건축이 동양의 건축을 어떻게 받아들여 혁신을 일으켰는지를 보여준다그 구조의 혁신에 대해서는 잔뜩 얘기하지만그 건물이 어디에 무엇을 위해 지어졌는지그 목적에 걸맞는 구조를 갖추었는지지금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즉 건축의 본질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안도 다다오의 교회 건물에 대해서 시간을 어떻게 구조에 녹여 냈는지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지만그런 구조가 교회라는 건물의 본래 목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건축이 단순한 예술품이 아닌 것은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안도 다다오의 건물은 예술적으로도문화적으로도 훌륭했지만건축의 목적에도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에 인정받고 본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그건 당연하다고 해서 생략했을까아무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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