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의심스럽지 않은 이가 범인이다

데이비드 발다치, 《6시 20분의 남자》

by ENA

데이비드 발다치. 나는 그가 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를 다 읽은 듯하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온갖 일들을 겪고 이제 새로운 모험을 하더라도 심드렁하다고 여겨질 즈음, 발다치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웠다. 레인저 출신의 전투 경험 풍부한 전직 군인.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제대하고 MBA를 따고 세계적인 금융회사(카울앤드컴리)에 신입으로 들어간 남자. 그는 뉴욕 근교에 살면서 매일매일 6시 2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출발한다. 6시 20분의 남자, 트래비스 디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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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중심부로 향하는 열차는 중간에 거의 서다시피 하는 구간이 있다. 그 구간에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대표가 사는 집(이른바 카울궁)이 있다. 그곳에는 그 시간이면 늘씬한 여인이 수영장에 나와 비키니를 입은 채 몸매를 과시한다. 열차의 남자 승객들은 그것을 알고 있으며 마음껏 눈요기를 한다. 트래비스 디바인도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트래비스에게 누가 보냈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이-메일이 날라든다. 회사에서 촉망받는 인재이자, 그가 한때 사귀었던 여인이 목매달고 죽었다는 얘기. 그 후로 트래비스의 운명은 바뀐다. 트래비스는 용의선상에 오르고, 죽은 여인의 주변 인물이자, 자신과도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 죽어 나간다. 트래비스에게 접근하는 조직도 있다. 군대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약점 삼아 카울앤드컴리의 비밀을 캐라는 임무를 제시한다. 트래비스의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고, 살인범을 찾고, 카울의 비밀을 캐는 일을 시작한다.


읽자마자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건 속도감이다. 짧은 기간에 벌어진 기가 막힌 일들을 쓰고 있다는 점만으로, 장(chapter)를 짧게 짧게 쪼개는 것만으로도 속도감을 느낄 수는 없다. 그 일들을 처리하고, 다음 사건과 연결해가고,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간단하지만 분명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렇게 확보한 소설의 속도감은 좀처럼 책을 놓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 범인은 가장 그럴 듯하지 않은 인물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트래비스가 의심하는 인물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좁혀진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남았을 때, 짠! 하고 자신이 범인임을 인정하고 나타난다. 말하자면 어떤 공식과도 같은 수법을 따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지만, 바로 앞 얘기 다음에 바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하는 속도감이 ‘약’이다.


6시 20분의 남자는 마지막으로 6시 20분 열차를 타고 새로운 길에 접어든다. 이제 그를 뭐라 불러야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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