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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방법

앨버트 러더퍼드, 《수학적 마음 기르기》

by ENA

수학은 특별히 학교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과목이다. 오죽 했으면 다른 과목들은 다 놔두고 ‘수포자’란 말이 생겼을까? ‘국포자’, ‘영포자’란 말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수학과 매우 관련이 높을 듯한 과학에서도 ‘과포자’란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수학은 많은 학생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과목이기도 하고, 또 그 좌절의 깊이도 크고, 좌절에 대한 대가도 적지 않은 과목이다.


수학은 왜 그래야 할까? 또는 그래도 되는 과목일까? 나아가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 앨버트 러더퍼드의 《수학적 마음 기르기》은 바로 그런 질문들에 대한,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효한 답변을 주는 책이다. 조금만 마음먹으면 한 달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내용만큼은 꽤 알찬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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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앞의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앨버트 러더퍼드의 답변을 말하자면, 수학은 학문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학문, 과목이다. 그런데 수학의 논리에 대한 오해, 또는 (더 중요하게는) 수학에 접근하는 교사나 학생의 태도와 방식 때문에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은 반드시 어려워하고, 또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학을 다루는 뇌의 부위와 언어를 다루는 뇌의 부위는 서로 다르지만, 수학자나 어린 아이나 수를 다룰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동일하다. 그러니까 누구나 수학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은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을 달리하고,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누구나 수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수학 자체를 포기하고 나 몰라라 할 정도가 되지는 않으며, 수학을 활용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다.


사실 이 책의 대부분은 수학적인 마음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들과 전략들을 담고 있다. 여기서 수학적인 마음이란 수학자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수학을 적극적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이를 기르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기본적으로 ‘이해’에 기초한다. 무조건 배운 알고리즘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를 나누고 다시 통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수학은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구를 선택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실천하다고 해서 당장에 우리나라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본문에서 한국어의 수를 읽는 방법을 언급하며 그 효율성에 대해서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긴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수험생이 읽기에는 그렇게 적합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 책은 수학 교육자나, 혹은 수학을 포기했었거나, 그렇지 않고 여전히 수학에 관심이 많은 성인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수학을 대하는 방식이 보편화된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학적 소양을 높이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훌륭한 수학자도 나오고, 수학과 과학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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