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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인류의 보편적 역사

샘 밀러, 『이주하는 인류』

by ENA

인류의 역사를 이주의 관점에서 풀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주는 정상적인 것이고, 이주는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라 여겨왔다. 특히 현대 들어와서는 더욱 그렇고, 우리는 더욱 그렇게 여긴다. 우리가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다. 그건 이민자에 대해 특별히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의 장면들을 통해, 그리고 그 장면들의 연속된 상황들을 통해 이주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 읽고서 다시 목차를 보더라도 이 역사를 단지 특별한 상황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의 모티브로 삼았던 고대 트로이의 아이네아시스에서부터 1960,70년대 미국과 영국의 이민 정책에 이르기까지 인류 이주의 역사를 장대하게 엮었다. 이를 통해서 현재 반복되고 있는 민족과 국가 간의 분쟁 등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인간은 진화학상으로 친척 간인 다른 영장류와도 달리 현재 지구 전역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생물이다. 어느 한 지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동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다른 대륙을 퍼져나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이후에도 인류는 이동, 이주를 반복했다. 거의 끊임없는 이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동이 필수적인 유목민의 시대가 지나고, 정착이 우선인 농경의 시대가 온 후에도 목적과 규모가 달라졌지만 여전했고, 지금도 그렇다.


여러 목적이 있다. 빈곤, 기아, 자연재해, 정치적, 종교적 박해를 피해 절박하게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많았지만, 독립이라는 예정된 수순에 의해서도 이뤄지고, 모험심 때문에 이동과 이주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때문이든지 이주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문화의 융합, 기술의 결합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엔 인류에게 긍정적인 결말로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주에 맞서 정착민들의 저항 역시 거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착민의 기득권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주민이 필요할 때는 받아들이다가 상황이 바뀌면 악마화하고 내쫓거나 몰살시키는 역사를 반복해 왔다. 그 역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정착민 역시 과거에는 이주민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니, 그래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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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못지않게 이주 역시 인간의 본능이며, 인류 역사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왔지만, 그 공로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의 역사는 처절한 역사일 수도 있지만, 관용의 역사이기도 하고, 인류 성공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저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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