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경, 『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우리나라 ‘과학문화’ 전공 박사 1호(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조숙경 교수가 과학자로서의 편력과 그가 읽은 과학고전을 연결시켰다. 제목은 과학의 고전만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에서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조숙경 교수가 여성 과학자로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며 겪고 생각한 것들이다.
학부를 물리교육학으로 졸업했고, 전공은 과학사, 과학철학이기에 그에 관한 책들이 많다. 그래도, 또는 그렇기에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여러 주요 관점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주요 교양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보편적인 고민이 많이 담겨 있다.
그저 좋은 과학 교양서를 소개하는 것보다 이렇게 과학자가 자신의 과학자로서의 편력을 함께 엮는 게 신선하고, 또한 설득력이 있다. 만약 내가 이 비슷하게 쓴다면 어떤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 가늠해 보기도 했다. 전공도 다르고, 남성 과학자로서 좀 다른 여건에서 연구를 해온 것도 분명하고, 독서 경험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한 책들과는 많이 다를 게 분명하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좀 다를 것 같지만, 그래도 과학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과학의 테두리에서 넓게 치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을 하나 얘기하자면, SF소설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과학 고전에 포함한 점이다. 다소 의아할 순 있지만, SF라는 게 ‘과학’을 배경, 혹은 근거로 하고, 『멋진 신세계』에서 이야기했던 게 놀랍게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인정한다.
소소한 오류도 있는데, 오페론을 발견하여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자크 모노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고 한 것(54쪽), 입덧약인 탈리도마이드를 수면제라고 한 것(123쪽) 정도가 쉽게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