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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 알고있던 것, 모르던 것, 잘못 알고 있던 것

곤도 가즈히코, 『영국사 강의』

by ENA

다른 나라의 역사보다도 영국의 역사는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근대 이후 세계사에서 영국이 갖는 위상 때문이다. 한때 ‘해가지지 않는 나라’를 구축했던 영국이다. 유럽에서도 변방에 위치하며 보잘 것 없는 국력을 가졌던 국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세계 제국을 이룩하고, 또 이후에는 그런 위상을 잃어갔는지를 자세히 아는 것은 교훈적이면서 또 흥미롭다.


영국 근세사를 전공한 곤도 가즈히코의 『영국사 강의』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을 훑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간략하기도 하지만, 근세 이후부터는 매우 자세하고, 저자의 시각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대체로 알고 있는 영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역사 연구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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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의 강의를 책으로 접하면서 인상 깊은 점만 몇 가지 언급해본다.

첫째는 영국이라는 국가가 성립하게 된 과정이다. 이는 흔히 영국이라고 지칭하는 국가의 이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흔히 Great Britain이라고 하지만, United Kingdom 즉 ‘연합왕국’이라고도 한다. 즉, 잉글랜드를 비롯해서 스코틀랜드, 웨일스, 그리고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하나의 국가를 이룩해가는 과정이 영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단지 별도의 지방이 아니라 독립된 국가였으나, 같은 임금이 통치하는 과정 등을 거치고, 또 처절한 전쟁을 거치면서 하나의 국가가 된 과정은 역시 흥미진진하면서 복잡하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이른바 명예혁명이라고 부르는 역사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 ‘피흘리지 않는 혁명’을 대단하게 여기며 프랑스 대혁명과 비교한다. 그리고 그런 최종적인 과정에 이르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저자는 이를 휘그적 역사관이라고 단언하고,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단일한 과정 속에서 명예혁명, 즉 임금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는 않는 국체가 성립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과정, 이해관계가 개입했고, 겨우겨우 그런 결과나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추가로 이 책이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영국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를 자주 연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스스로 ‘동양의 영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은 영국과의 관계가 밀접했다. 영국(英國)이라는 한자어가 있음에도 ‘이기리스’라고 달리 부르는 것도 그런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밀접한 역사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영국의 역사에 관한 책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독자를 인식했기 때문이지만, 동양의 한 국가와 서양의 한 국가가 교류한 사례는 다른 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국에 대해서 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기본적인 사항부터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역사 여기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그나마 영국은 그래도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이 알려진 국가다. 영국의 역사에서도 알게 되는 것이지만, 한 국가의 역사가 그 국가만의 역사로 모두 서술될 수는 없다. 역사는 관계사다. 그러니 세계사를 아는 것은 우리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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