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적(敵)들

칼레스투마 주마, 『규제를 깬 혁신의 역사』

by ENA

매트 리들리의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을 읽으며 알게 되어 찾아 읽었다. 매트 리들 리가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면, 칼레스투마 주마는 반대로 혁신이 어떤 저항에 부딪혔는지를 쓰고 있다. 매트 리들리의 경우도 당연히 혁신에 대한 저항을 쓸 수밖에 없었고, 칼레스투마 주마 역시 그런 저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쓰고 있다. 그래서 그게 그거인 것 같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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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슘페터를 기본으로 혁신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2장부터 10장까지는 여러 분야에서의 혁신과 그 혁신에 대한 저항의 사례를 다루고 있고, 마지막 11장에서는 10장까지의 논의를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옮긴이를 포함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데는 2장부터 10장까지의 사례가 훨씬 관심이 간다.


저자가 다루는 혁신의 분야, 사례를 보면 매트 리들리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래서 이 책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커피가 유럽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

이슬람에서는 쿠란을 인쇄하는 것이 금지되었던 사례, 그리고 그것을 허가되는 과정

버터 대용품으로서 마가린이 등장하고, 인정받는 데 지난한 과정, 그리고 다시 트랜스 지방에 대한 논쟁으로 사라져가는 과정

미국 농업에서 트랙터, 즉 기계가 도입되는 과정(이건 마치 자동차가 도입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서 벌어진 직류, 교류 논쟁

천연 얼음에 대해 인공 얼음이 받아들여지는 과정, 즉 냉동기에 대한 이야기

음악을 녹음해서 널리 전파되는 데 대한 미국 음악가들의 저항

유전자 변형 작물과 유전자 변형 동물(특히 연어)에 대한 이야기.


이런 것들인데, 이슬람에서 쿠란이 인쇄할 수 없게 한 것이라든가, 음악을 녹음에서 들려주는 것에 대한 거센 저항과 같은 것은, 사실 잘 몰랐던 것들이다. 특히 음악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축음기가 나오면서 바로 환호가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건 소비자의 관점에서만 보았던 것이다. 음악가들은 심각한 실업의 위협에 시달렸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저항이 어이없는 것이었을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17, 18세기의 러다이트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슷해 보인다.


혁신에 대해 저항하는 이유도 다양하고, 그 방법도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종교적인 이유, 혹은 관습적인 이유로, 어떤 경우는 기술 실업에 대한 위협으로, 어떤 경우는 손실에 대한 저항감으로 혁신에 저항한다. 어떤 경우 제도를 통해서, 어떤 경우는 악마화를 통해서, 어떤 경우는 과학에 기대어 저항한다.


그런데 저자가 이런 혁신에 대한 저항을 다루는 이유를 봐야할 것 같다. 칼레스투마 주마는 단지 그런 저항이 있었다는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각각의 사례를 통해서 혁신을 사회에 도입하고 안착시키는 데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정리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를 읽어야 하며, 제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며, 과학적 설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혁신은 늘 어렵다. 여기의 사례들만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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