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위하여, 책을 위하여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by ENA


루이스 세풀베다는 아마존 개발 세력에 의해 살해당한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고 했다. 당연히 그는 이 소설에서 개발과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아마존 밀림 깊숙이 침투해온 이들에 의해 유린당하는 자연과 원주민의 삶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옹호는 구호도 아니고 선언도 아니다. 인간과 자연, 동물의 교감을 생생하게 전하며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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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의 최종 대결 상대는 암살쾡이다. 마지막은 마치 『노인과 바다』나 『모비 딕』을 연상시키는 인간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루이스 세풀베다는 인간의 자연 정복이라든가, 그런 행위의 위대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사람을 죽은 암살쾡이를 끝내 죽였으면서도, 이를 비극으로 인식하고 있고 오히려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암살쾡이가 왜 사람을 헤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과 대결하여 처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비극성을 느끼는 것이다. 바로 그런 비극성이야말로 개발의 비극이고, 부도덕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루이스 세풀베다에게 놀라운 것은, 그런 거대한 주제를 ‘연애 소설’을 매개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라는 노인에게 연애 소설은 뒤늦게 찾은 안식처다.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연애 소설을 통해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과 세계를 이해한다. 물론 그의 삶은 늘 그러했지만, 그것을 체계화하고 타자화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소설, 연애 소설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자연에 대한 예찬이면서, 무분별한 아마존 개발에 대한 비판이면서, 동시에 책에 대한 예찬, 삶을 반성적으로 이해하는 데 대한 방법에 대한 소설이라고 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부분은 독서에 관한 또 다른 찬사이며, 책과 독서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할 여지를 준다.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러기에 그에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가 틀니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읽은 책의 작가 연보는 2009년 ‘프리마베라상 수상’까지이고, 작가 소개에서는 작가 걈 영화감독, 출판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2000년) 바로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지구를 사랑한 소설가이자 활동가가 개발로 인해 등장했을 신종 감염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것 자체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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