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경이, 생물학의 경이, 세포!

싯다르타 무케르지, 『세포의 노래』

by ENA

싯다르타 무케르지. 그는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에서는 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에서는 유전학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를 얘기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가 의사이면서 연구자라는 것을 잊게 하다가도, 절감하게 하게도 했다. 그가 암과 유전자의 역사를 추적해서 그것을 글로 옮기는 모양새는 확실한 전업 작가처럼 보이다가도 그 깊이를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보면 그 생생함으로 그가 이론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현장의 전문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포의 노래』는 그런 무케르지의 복합적인 면모가 더욱 또렷하다.



제목부터 세포에 대해서 썼다고 했으니 대충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포의 역사? 세포가 무엇인지? 세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 이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등등. 직접 얘기하고 쓸 수는 없지만, 이미 많이 알고 있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고, 내가 놓쳤던 것,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배우고,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한수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무케르지라는 작가, 혹은 의학, 혹은 연구자에 대해서 조금 잘못 알고 있었다. 그는 세포를 중심에 두고 종횡무진이다. 현미경 렌즈 저편으로 보이는 작은 입방형, 혹은 무정형의 조직을 얘기할 것이란 내 예상은 많이 어긋났다. 물론 그게 중심이다. 그리고 따지자면 모두 그것에 관한 얘기다. 그런데 그 범위는 내가 생각하던 것을 많이 뛰어넘었고, 깊이 역시 마찬가지다.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세포학은 물론, 미생물학, 생리학, 병리학, 줄기세포학, 면역학, 혈액학, 암학, 거기에 뼈에 관해서까지, 그렇다, 그는 세포를 통해서 생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명의 생리와 병리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다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지.


그런 폭과 깊이를 모두 갖춘 글을 쓸 수 있는 데에는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경력도 한 몫 한다. 그는 현재 종양내과 전문의지만, 학부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고, 면역학을 연구했고, 그밖에도 혈액, 암, 뼈 등을 깊이 있게 연구한 연구자다. 그러니 이만큼 얘기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을 일반화하고 전망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깊고 넓은 독서가 바탕이 되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정말 많은 부분에 띠지를 붙였다. 그보다 더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몰랐던 것도 있지만, 생각지 못했던 것이 많았다. 배운 적이 있고, 읽은 적은 있지만 생각지는 못했다는 것은, 세포에 관해서도 보았지만 기술하지는 못했던, 잊힌 많은 연구자들과 같은 꼴이다. 이렇게 책을 읽고 배우는 것만큼이나 생각하고, 깊게 고려하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이 책을 또 하나 깨닫는 건, 생물의 경이로움이다. 안다 싶으면 모르겠고, 모르겠다 싶다가도 알 것 같은... 나의 전공이지만, 내가 알고 연구하는 부분이 너무너무 좁은 부분이라는 것도 안다. 그 분야에서도 허우적거리지만, 역시 거기서도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생물학의 경이로움이다. 생물의 경이로움을 밝혀나가는 생물학 역시 경이롭다. 연구자들도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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