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단어 어원과 역사 찾기

데버라 워런,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by ENA

윤혜준의 『근대 용어의 탄생』가 한 용어, 그것도 묵직한 의미를 갖는 용어를 가지고 말의 역사를 추적했다면, 데버라 워런의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어떤 주제에 해당하는 단어를 가지고 시작했다가도, 그것을 설명하다 다른 단어가 나오면 그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단어의 용례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주로는 어원을 이야기한다. 영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자주 이야기한다. 어원을 이야기하니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자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은 아니다. 북유럽의 언어, 심지어 중국어까지도 가져온다(한국어는 없는 거 같다. 일본어도 그런 거 같다. 아마도).

그래서 정말 많은 단어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이게 좀 그런게, 다 기억하고 싶은데 읽고나니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다 잊어버릴 것 같다. 전부 다. 읽으면서 꼭 기억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저만치 망각의 늪 속으로 빠져버렸다. 하나의 내용을 다른 내용이 덮어버리는 꼴이다. 그래서 순서 없이 필요한 부분, 혹은 관심 있는 부분을 펼쳐 읽으라는 조언을 하긴 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책을 일단은 순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나로서는 좀 난감하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니 책장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혹은 오다가다 생각나면 꺼내 여기저기 심심풀이로도 펼쳐 읽을 수가 없다. 이 리뷰를 읽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이 책을 읽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꼭 사서 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놀라운 것은, 저자가 도대체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책을 쓰면서 찾아본 것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그래도 그렇지. 어떤 걸 어디서 찾아보겠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사실은 그것을 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복잡하게 중첩된 지도책(지도 한 장이 아니라)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느 위치에 어떤 단어가 있다는 것을 척하면 척하니 알고 있다는 얘기다.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하나. 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닐 거다. 그래도 알고 싶은 것은 알아야, 아니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단어가 어디서 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단어가 되었는지를 보면 지금 쓰는 단어가 새로 보인다. 영 엉뚱한 데서 기원한 것을 보면 빙긋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단어의 역사에 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그건 지금 쓰는 단어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끝에 가서야 한 단락 정도만 할애해 쓰고 있다. 옮겨 본다.


“단어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무의미한 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숨소리 한번 내는 것과 다를 게 없죠. 그러나 단어는 곧 역사입니다. 만약 우리가 오로지 언어가 변천해온 모습을 통해서만 과거를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OK,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전쟁과 국경선, 유물도 중요하지만, 단어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평범한 일상과 비범한 모험을 생생히 전해주는 수단이니까요.

단어는 스냅사진이 아니라 천년짜리 영상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언어는 멈추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이 해도 다 할 수 없는 게 ‘말’이니까요.”



KakaoTalk_20240402_19485458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근대 용어의 의미 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