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무라 료지, 『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도쿄대 명예교수 모토무라 료지는 이 책에서 세계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7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힘’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관용(Tolerance)
동시대성(Simutaneity)
결핍(Deficiency, 사막화)
대이동(Huge Migration)
유일신(Monotheism)
개방성(Openness)
현재성(Nowness)
그는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키워드로 세계사를 접근한다면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역사가 중요하다고, 적어도 재미있다고 여기는 이들이라야 이 책을 펼쳐 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 조금 난감한 점이긴 하지만, 역사를 통사적으로, 혹은 인물 중심으로, 내지는 왕 중심으로 펼쳐나간 역사 서술에 비해 충분히 재미있고, 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책이긴 하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7개의 키워드가 그리 낯설거나 독특한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저자들이 많이 다루고 있는 것들이다. 각각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는 책들도 많고, 명시적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그런 내용인 것들도 많다. 그리고 그가 로마사가 전공인 관계로 대체로 로마사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따라서 여기의 내용들이 시오노 나나미를 비롯하여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로마 관련 서적들에서 어떻게든 접했던 내용들이 적지는 않다. 다만 로마만이 아니라 다른 대륙과 다른 시기의 역사와 연결시키고 있어서 시각을 넓히고 있다.
키워드 자체는 보편적이지만, 내용 중요는 저저만이 독특한 것들이 적지 않다. 저자의 주장일 수도 있고, 가설일 수도 있는 것들인데, 이를테면 기원전 202년에 서양과 동양에서 역사의 전환점이 함께 이뤄졌다는 것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기원전 202년 로마가 카르타고와의 2차 포에니전쟁 때 자마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제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졌고, 동양에서는 같은 해에 유방이 항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한 제국이 성립했다. 따지자면 조금 그 제국의 기틀이라든가 성립의 성격이 달라 보이지만 어쨌든 그 시기에 동양과 서양에서 역사상 가장 막강한 제국이 성립했던 것만큼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를 통해 동시대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른바 ‘축의 시대’도 동서양에서 함께 여러 사상이 분출되었던 것으로 비슷한 의미를 지난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고대나 중세를 단일한 시기로 보지 않고 여러 시기를 구분하는 것도 흥미로운 시각이다. 우리가 고대나 중세를 뭉뚱그려서 이해하면서 그 시기에 벌어진 변화라든가 진정한 특징 같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대에는 사람들의 신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문자가 생기면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은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단지 비유적인 의미라면 모를까,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역사를 반드시 현실적인 효용성만을 가지고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효용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학문을 하고, 또 어떤 분야를 한다고 하면 효용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학문, 분야는 소외되고, 지원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차례 역사 공부의 효용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것으로 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효용성을 떠나서라도 이 책은 재미있다. 어쩌면 그게 가장 큰 효용성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