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종의 기원』 (사이언스북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세 번째 읽는다. 오래 전에 범우사에서 나온 걸 읽었고, 몇 년 전에 신현철 번역의 『종의 기원 톺아보기』를 읽었었다. 범우사의 것은 기억에 별로 없고, 신현철이 번역한 『종의 기원 톺아보기』는 『종의 기원』 내의 여러 내용들에 대한 설명과 해설이 있어서 처음 읽기에 좋았다. 이번의 장대익 번역의 『종의 기원』은 정통 진화학자의 번역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어느 쪽 번역이 나은가에 대해서는 판정할 능력이 내게는 없다).
세 번째 『종의 기원』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찰스 다윈의 깊이와 폭이다. 자신이 내세우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에 대한 증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다양한 생물에서 찾았고, 당대에 얻을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활용했다. 말하자면 당대의 자연과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비둘기를 키우는 이들과의 광범위한 교류를 통해서 증거를 얻어낸 것에서도 보듯이 단지 과학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논문과 저서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그렇게 얻어진 폭은 그대로 깊이로 이어졌다. 찰스 다윈 이후 진화학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정수만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어쩌면 모든 진화학자를 통털어서라도 현재의 진화학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가 찰스 다윈일 지도 모른다. 그건 찰스 다윈이 가졌던 깊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처음 주장한 데서 찰스 다윈의 위대함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주장의 타당성 때문에, 그 타당성을 증명하고자 이용한 증거의 폭과 깊이 때문에 찰스 다윈은 위대한 과학자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진화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입문서는 아닐지 모른다. 진화학을 공부한다고 이것부터 읽었다가는 오히려 질려 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화학의 내용과 원리를 공부하였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종의 기원』이다. 그래야 지구상 생명체의 진화의 원리가 가지는 의의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이후 (이미 공부했을) 진화학의 내용 역시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토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