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딩먼, 『뇌의 흑역사』
띠지를 보면 “이 책은 올리버 색스 책의 더 기묘한 버전이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 말로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지를 충분히 알 수는 있다. 그런데 올리버 색스의 책으로도, 혹은 다른 신경과학, 뇌에 관한 책으로도 뇌의 기묘한 세계를 꽤 접했는데, 얼마나 더 기묘하다는 건지... 궁금했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거나, 혹은 그냥 현상 자체를 말하는 갖가지 질병 이름이 잔뜩 등장하지만, 그것들을 뒤로 하고 각 챕터의 제목만 봐도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사람(그래서 손과 발을 잘라내려고 하는 사람)
모든 것을, 혹은 특정한 것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 놓거나 먹어버리는 사람
사고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천재과 되어 버린 사람(이른바 서번트라고 한다)
기묘한 욕망에 빠진 사람(이를테면, 에펠탑이나 옷핏 같은 데 사랑에 빠진 사람)
이른바 다중인격장애라고 하는 해리성감각장애를 가진 사람(“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딱 맞는 말이다)
믿음대로 이뤄지는 일
쓸 수는 있는데,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
시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사물이 무엇인지는 아는데, 그 용도가 무엇인지는 잊어버린 사람
그리고 환각, 내지는 환영을 보는 사람.
이것들은 거의 모두 뇌의 어떤 이상, 정확히는 뇌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겨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현대의 뇌과학은 과거와는 달리 어떤 특정한 능력(이를테면, 언어)이 뇌의 어느 한 부분에서 담당한다기보다는 뇌의 전체적인 부분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복잡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본다. 그 네트워크 중 어느 한 부분이 이상이 생기면, 어떤 경우에는 매우 경미하거나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아니, 당연한 건가) 우리는 이러한 이상 현상들이 대체로만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있거나, 혹은 가설로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점점 많이 알아가고 있지만, 점점 모르는 게 많아지는 형국이다. 과연 언젠가는 알 수 있을까, 아니 대체로라도 파악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서도 뇌의 기묘한 능력과 현상에 대해서 읽고,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게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답은 찾을 수 없다(물론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딱 두 가지를 염두에 두게 된다.
한 가지는, 여기에 소개한 질병(?)들이 말하자면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것이다. 현재 자폐도, 자폐스펙트럼이라고 하듯이 다른 뇌 관련 질환도 어떤 고정된 상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과 이상의 극단 사이에 연속된 상황과 현상이 있다. 그게 어느 지점을 넘어 갔을 때에야 우리가 이상이라 여기고 차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지점은 정확한 구분되는 지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른바 정상이라고 하는 우리 역시 어느 정도의 강박을 가지고 있듯이 모든 정신 질환의 한 귀퉁이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것이든 그래도 원인은 있다는 인식이다. 물론 우리는 상당한 부분을 모른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점점 더 모르는 게 늘어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소개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가설도 얘기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밝혀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