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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25. 2020

수학 마니아가 느끼는 재미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리여우화,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저자는 입시용 수학참고서를 제외한 수학 관련 서적을역사에 관한 것과 구체적인 수학 분야에 관한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나는 여기에 수학적 사고 방식에 관한 것까지 포함시키고 싶다(김민형 교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과 같은 책들이다). 수학 관련 책이 이 중 어느 하나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어느 쪽에 좀 더 가까운지는 구분할 수가 있다저자의 말을 다시 따르면역사에 관한 책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부유이고구체적 수학 분야에 관한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좀 생소하다고 평하고 있다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두 종류의 수학 서적의 중간자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하고 있지만또한 심도 깊은 수학 문제를 다루고 있어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쓰기는 힘들다고 한다내가 느낀 것도... 그게 맞다쉽지 않다.

 

저자는 수학 공식 얘기를 꺼내면서(스티븐 호킹이 맨 먼저 한 얘기다수학 책에서 공식을 제외할 수 없다면서도 중학 수준이라고 했지만사실 중학 수준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다루지 않는 공식과 표현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공식에서 기호란 단지 어떤 것을 표상한다는 의미에서 수학 마니아라면 공식의 표현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고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일반 독자들의 경우는 낯선 문자 하나에도 공포에 떤다(이를테면 ?와 같은 문자가 쓰이는 공식이라니... 이 문자는 알레프라 읽는다찾아보니 이 이름을 수학 학원 이름으로도 꽤 쓴다).

 

그런데 쉽지 않다고 그냥 내팽겨쳐 버릴까그건 아니다사실 쉽다는 건 다른 의미로도 볼 수 있다접근하기 좋다는 의미도 되지만이런 수학이나 과학 관련 책이 쉽기만 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란 의미도 될 수 있다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읽는 게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수학 마이아가 수학에 빠져(어쩌면 자아도취 같이다른 이들도 이 재미를 알았으면하는 마음으로 쓴 것 같은 이 책은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수학적 내용에 접근하는 방식은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실제적인 상황혹은 가상의 상황 등 어떤 상황을 가정한다이를테면 소파를 이동하는 문제나 가위바위보 게임평면을 다각형으로 빈틈없이 채우는 문제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케이크를 불만 없이 나누는 문제 같은 것은 다른 책에서 여러 차례 다룬 문제다). 수학 문제 같아 보이지 않는 이러한 문제가 실은 매우 어렵고또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리고 물론 순전히 이론적인 차원의 문제도 다룬다특히 수를 가지고 다루는 문제가 더욱 그런데역시 소수에 관한 문제는 수학 마이아답게 흥분 상태다(!). 저자는 수학 문제를 만들고 풀고또 다른 이들의 풀이를 즐긴다말하자면스스로 표현하듯수학과 함께 논다(play).

 

다소는 몽롱한 상태로다소는 감탄하며(저자가 복잡한 논리를 끈질기게 설명하는 것 자체에 감탄읽으면서도 매우 몰입해서 읽은 부분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바로 가장 높은 레벨(LEVEL 5)에 해당하는 수학적으로 세상을 수학하라다른 부분도 해당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논문에 나온 풀이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만이 부분은 특히나 현대적이다현대적이라는 것은 현대에 와서야 가능한 질문이라는 얘기인데이를테면 암호학의 문제도 그냥 단순히 소인수 분해와 관련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과 고객 사이의 대화혹은 반응을 예로 들면서 논리적으로 끈질기게 접근한다또 알파고와 관련한 문제로 AI 바둑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는데지금까지 알파고의 논리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 중에는 가장 자세하고 전문적이다그런데 이런 게 그래도 (책 제목대로재미있다.

 

이 책을 쓴 이는 독자들도 자신처럼 수학을 즐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여기의 모든 문제를 다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그래도 여기의 한두 문제라도 재미있다 느낀다면 수학은 그만큼 나에게 가까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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