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이언,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저자는 퉁가라개구리 전문가다. 전 세계에 6000종이 넘는 개구리가 있다는데, 이 퉁가라개구리는 파나마의 어느 습지에 있다(정확히는 바로콜로라도섬, BCI). 그는 이 퉁가라개구리를 통해 성선택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어나는지를 연구했다. 수컷이 내는 울음 소리 중 어떤 것을 암컷이 선호하는지, 그 선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밝혀냈다. 그 선택(이를 성선택이라고 한다)이 그저 어떤 울음 소리를 가졌는지에 대한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그는 밝혀냈다(단순히 현장 연구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는 개구리를 실험실로 가져와서 실험하고 해부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일반화시켜간다. 바로 성선택은 바로 뇌의 작용이라는 것.
우리말 제목도 그렇고, 원제도 그렇고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성선택이 바로 ‘아름다움’에 대한 선택은 아니다. 저자가 중점적으로 연구한 퉁가라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대한 선택이, 그 울음소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성선택이라는 것을 상상할 때, 무언가 좋은 거를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으로 보인다(물론 그런 건 아니다).
저자는 성선택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세 가지 감각을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바로 시각, 청각, 후각이 그것이다. 공작의 깃털이나 바우어새의 집짓기 같은 것이 시각적 선택이라면, 저자의 퉁가라개구리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청각이다. 후각은 체취나 페로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하는데(저자는 체취와 페로몬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결국은 MHC라고 하는 면역과 관련한 유전자 얘기로 맺고 있다(이 얘기는 많이 나오는 얘기이고, 또 아직도 연구할 게 많은 분야다). (각 장의 제목들이 특히 재미있다. 시각에 관한 장은 ‘목숨을 건 도전 혹은 도발, 청각에 관한 장은 ’침대 위의 세레나데‘, 후각에 관한 장의 제목은 ’환상적인 땀 냄새‘다.) 이 부분은 관찰과 연구의 나열이면서 결론을 위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현장의 연구가 있어야만 일반화가 가능해진다.
그러고는 그런 감각적인 것들이 다시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보여준다 ? 생물학의 특징, 본질은 다양성이고, 다양성은 예외 없는 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마감 시간의 법칙이라든가, 선택 복제 같은 것은 이런 자연과학 서적에서만 다루는 얘기가 아니라 행동경제학이나 심리학 같은 서적에서도 다루는 얘기다. 이를테면 젊을 때는 눈이 높아 어지간한 짝은 거부하다, 나이가 들면 눈을 낮춰 결혼을 한다든가(마감 시간의 원리), 미끼 상품에 홀려 자동차를 사는 심리(선택 복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성선택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이런 것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자연과학 서적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서적에서도 자주 다루었던 것이라 그렇게 낯설지 않은데, 마지막 장의 ‘숨겨진 선호’와 같은 것은 그렇게 익숙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퉁가라개구리 암컷이 어떤 특정한 울음소리를 선호하는데, 그런 울음소리가 아닌 여러 울음소리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들려주었을 때 새로운 울음소리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선호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의외의 장면에서 선택되기도 한다는 것을 몇 가지 예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
성선택에 관한 책은 많다. 또 그것을 뇌과학과 관련지어 설명하려는 책도 적지 않다. 그런데, 퉁가라개구리에 대해서, 그리고 그밖에 현장 연구의 결과를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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