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어떻게 타자기로 쓸 수 있게 되었나?

김태호, 『한글과 타자기』

by ENA

한글 타자기에 관한 책.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라면 딱 이 문구로 가능하지만, 몇 가지 세부적으로 나눌 수도 있다. 우선은 한글을 찍어내는 타자기의 역사이고, 그 다음은 공병우라고 하는 인물, 그리고 한글의 기계화에 관한 여러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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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병우라고 하는 인물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한글 타자기의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과의사로서, 한글 타자기를 개발하고, 한글 운동을 펼쳤던 이다. 김태호는 한 장(章)을 할애해서 의사로서의 공병우를 조명하고 있으며, 다른 이들의 한글 타자기에 대한 내용에서도 꾸준히 공병우를 조명하고 있다. 그는 세벌식 한글 타자기를 개발했고, 한때 우리나라 타자기의 60%가량을 점유하기도 했지만, 1969년 정부의 (거의 폭력적인, 그리고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았던) 자판 표준화 정책에 채택되지 않으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세벌식 자판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그의 전설적 면모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새롭고 가치 있는 관점을 배웠다고 한다면, 한글의 기계화와 관련해서 한글이라는 문자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은 우수한 문자다. 과학적이다. 그래서 배우기도 쉽다. 우리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도 그렇다고 한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래서 디지털화하는 데 매우 편리한 문자이기에 우리가 매우 큰 덕을 보고 있다. 한자와 일본 문자를 컴퓨터에서 어떻게 입력하는가를 보면,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김태호는 한글을 기계화하는 데, 즉 타자기로 입력하는 체재를 만들 때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와 같은 신화가 늘 옳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한글을 기계화하는 데 문제점으로 중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모아쓰기, 세로쓰기, 한자 병용.


한글은 로마자처럼 풀어쓰는 글자가 아니라 모아쓰는 글자다. 이것을 자판으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오죽했으면 최현배 같은 한글학자가 풀어쓰는 방법을 제안했을까 싶다. 초성에 쓰는 자음과 종성에 쓰는 자음이 같은 글자이긴 하지만 모양이 다르고, 받침이 있는냐, 없느냐에 따라 모음의 길이와 모양도 달라진다. 이것을 그대로 모두 구현하려면 매우 많은 자판이 필요하고, 또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공병우가 세벌식 타자기를 개발한 것이기도 하다.


세로쓰기의 문제도 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한글을 가로로 쓰지만 오랫동안 세로로 쓰던 문자였다. 일제강점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세로로 쓰인 글을 훨씬 잘 읽었다. 그것을 가로쓰기로 만드는 것은 사회적 도전이었던 것이고, 이 때문에 초기의 한글 타자기는 입력한 후에 돌려 읽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던 것이다. 한자 병용 역시 사회적 문제였다. 한자를 병용해서 쓴다면, 한글 타자기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즉, 한글 타자기의 도입과 성공은 기계적 도전임과 동시에 사회적 도전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현재 쓰고 있는 컴퓨터 자판의 한글 문자를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여기에 매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 온 역사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한글이라는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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