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 『우한일기』
코로나 19가 중국의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래서 우한을 바이러스의 소굴인 양 여기고 백안시하고, 심지어 비난도 하지만, 코로나 19로 가장 피해를 입은 지역이 바로 우한이다. 2019년 12월 처음 발생한 후, 은폐되던 신종 폐렴은 2020년 1월이 되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1월 20일에 이르러서야 중난산의 폭로로 사람 간에 전염이 되고, 이미 열 명이 넘는 의료진까지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기에 이른다.
중국의 작가 팡팡은 이때부터(정확히는 1월 25일부터) 매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우한의 봉쇄는 4월 8일에야 해제된다. 76일간의 봉쇄였다. 그 기간 동안 팡팡은 모두 60편의 일기를 올린다. 처음부터 일기라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팡팡의 SNS의 글을 ’우한일기‘라고 불렀다. 우한 사람들은 팡팡이 올린 일기를 보고서야 비로소 잠이 들 수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일기는 영향력이 컸다. 그녀의 일기가 새롭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기보다는, 진실을 그대로 보려고 노력했고, 사람들은 말과 글, 보도들을 통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이 있었고, 우한에 대한 사랑이 있었고, 책임자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던 앞날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그래도 나아져가는 상황에 대한 희망도 끊임없이 새롭게 했다.
그녀가 가장 비판하는 것은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있다“고 했던 초기의 거짓말과 그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관리자, 당국자들,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짓밟고 비난하는 극좌파들이다. 그래도 정부의 조치를 믿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시민들의 연대에 감격하고 희망을 가졌다.
이 일기는 76일의 우한 봉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리고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증언이다. 그런데 이 일기를 읽는 누구나 이것이 우한의 일만은 아니었다는 걸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도 그러했고, 미국도 그러했고, 유럽도 그러했다. 봉쇄의 정도는 달랐지만, 사람간의 접촉과 모임이 축소되고, 금지되었던 것은 누구나 경험했던 것이고, 팡팡이 견뎌내지 못했던 불의와 시민들의 감동스런 모습들 역시 우리 모두 경험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저 이것을 우한의 기록으로만 보이지 않고,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보는 기회가 된다.
팡팡은 ”집단의 침묵, 그게 제일 무서운 것이야.“라고 썼다. 그녀가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60편의 글을 써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집단의 침묵’을 거부하고자 했던 것이고, 또한 ‘집단’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얼마 지나지도 않은 코로나 19를 이미 멀리 떠나온 것같은 느낌이다. 이미 잊은 것은 아닌지. 그때는 교훈을 많이 얘기했지만, 이미 교훈이 적힌 노트를 서랍 깊숙이 넣어버린 것은 아닌지. 나중에 다시 그 노트를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소용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 일기는 지나간 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읽어야 하고, 계속 읽어야 하는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