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치게,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의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신비한 세계에 대해 쓴 『숲은 고요하지 않다』을 읽은 후 마들렌 치게에 대해, 연구자들의 피땀 어린 작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면서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라고, 문장의 아름다움과 서술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썼었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2431613145).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는 그 마들렌 치게가 자신과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자연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방식, 힘에 대해 쓴 책이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에 비해 다소는 집중하는 힘은 부족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 자연에 대한 성찰 등이 잘 어울리고 있다.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도시에 사는 토끼를 연구하기 위해 휘황찬란한 대도시인 프랑크푸르트로 이사한 후 적응하지 못하고 무척이나 고생을 했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스트레스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의 발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어울리지 않는 도시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면서 말짱해진 모습, 그러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그리고 식물이나 모두 자신의 적절한 서식지를 찾기 위해서, 즉 적응도(fitness)를 높이기 위해 분투하며,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화라는 것이다.
물론 제목은 좀... 내용과 어울리진 않는다. 원제는 “자연의 놀라운 힘: 스트레스가 동물과 식물에게 길을 알려주는 방법” 정도로 해석된다. ‘진화’가 바로 그런 힘을 추동하기는 하지만, 진화라고 하는 기저에서 강력하게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강조하기 보다는 현상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출판사에서 제목에서 굳이 빼고 싶어했던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우리나라 출판사에서는 드디어 뺀 느낌이다.
제목에서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는 이 책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이자, 소재, 주제다. 이 책에서 새로이 알게 되어 기억해두고 싶은 것도 바로 스트레스의 발견과 이후의 용어 혼란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흔하게, 별 고민 없이 쓰는 스트레스를 발견하고, 용어를 만들어낸 것은 1933년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의 한스 셀리에였다고 한다. 그는 소에서 번식을 조절하는 물질(호르몬)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소의 조직에서 용액을 추출해서 암컷 생쥐에 주입했더니 예상대로 성장 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사춘기 시절의 여러 변화를 일으키는 가슴샘이 반응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다른 기관들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가슴샘은 물론, 비장, 림프샘 등이 쪼그라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위 내벽에서도, 십이지장에서도 출혈성 궤양이 생기고, 부신피질도 증식한 것을 발견했다. 셀리에는 반복 실험을 통해서 ‘림프세포가 오그라들고, 창자에서 출혈이 생기고, 부신이 비대’해지는 3가지 공통 증상을 확인했고, 이 증후군을 “생명체가 어떤 요구에 보이는 불특정한 반응”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정의했다. 스트레스의 탄생이었다.
원래 셀리에가 이물질에 대해 생쥐가 보인 반응에 대해 붙인 이름은 ‘일반적응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이었다. 그리고 이것의 원인을 개별적인 물질을 넘어선 무엇이라 여겼고, 그래서 당시 물리학 쪽에서 쓰던 용어인 ‘스트레스(stress)’를 가져왔다. 물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용수철에 작용하는 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용어도 쓰는데, 물리학에서 용수철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것을 의미하는 ‘스트레인(strain)’이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요인이고, 그에 대한 반응은 스트레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이 용어는 어떤 과학자가 ‘스트레스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잘못 이해한 것을 보고, 스트레스가 스트레인의 발음이 흡사하다는 걸 깨닫고는 명칭을 바꾼다. 바로 원래의 스트레스를 ‘stressor(스트레스 요인)’로, 원래의 스트레인을 ‘스트레스’로. 그런데 스트레서는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면서,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떤 경우에는 원인으로, 또 어떤 경우에는 반응으로 마구잡이로 쓰게 된 것은 바로 이렇게 시작되었다.
또 한 가지 셀리에가 발견한 스트레스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스트레스를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생물체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런 반응을 통해서 생물을 적응하고, 살아나가고, 진화한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그렇지가 못했다. 아주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없앨 것인지에 골몰하게 되었다. 마들렌 치게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스트레스는 해롭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중요하다는 점.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