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체로서의 곰팡이

에밀리 모노선,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

by ENA


곰팡이, 혹은 균류(菌類)라고 하면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보통 ‘분해자’로 규정한다. 살아 있거나 죽은 생물체, 물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는 의미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세포 밖으로 효소를 분비해 커다란 물질을 아주 작은 물질로 분해한 후 흡수하여 생명 현상을 이어가는 것은 곰팡이의 전략이니까 말이다. 분해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분해를 해야하는 존재인 셈이다. 그런 과정에서 지구 생태계에서 물질 순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또한 할 수 없이 병원체로서의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병원체라고 하면 흔히 세균(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생각한다. 그러나 곰팡이 역시 병원체로 사람을 포함해서 동물, 식물에 커다란 질병을 야기하고 파괴할 수 있다. 에밀리 모노선의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은 바로 그런 병원체로서의 곰팡이에 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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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특히 우리나라) 과학계나 일반인들에게 병원체로서의 곰팡이를 인식하게 된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한 가지는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다. 1980년대 에이즈 환자에게 2차 감염균으로 주목받았던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와 비슷한 종류이지만, 최근에야 발견되었고 특히 사람에게 감염시키면서 심각한 질병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항진균제에 내성을 갖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매체에서 보도되고, 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처음(2006년) 일본에서 환자의 귀에서 발견되었지만,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만성 귀 감염 환자에서 발견되었고, 3년 후에는 여러 명의 노인과 어린이가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항아리곰팡이다. 바트라코키트리움 덴드로바티디스(Battrachochytrium dendrobatidis, Bd)라는, 한번에 옳게 철자를 쓰기도 힘든, 복잡한 학명을 가진 이 곰팡이는 개구리를 감염시킨다. 1990년대부터 일부 지역의 개구리를 감염시키던 이 곰팡이는 점점 세를 넓히더니 전 세계의 개구리를 감염시키고 일부 종들을 거의 멸종 직전까지 몰고가고 있다. 그런데 이 곰팡이, 혹은 곰팡이 질병이 우리나라에서 더더욱 주목받았던 것은 그 기원에 대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의 항아리곰팡이 샘플을 수집해서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개구리 감염 항아리곰팡이의 공통 조상이 50년에서 120년 전 쯤 한반도의 어딘가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밝혀내고 발표한 것이다. 그게 어느 정도나 확실한 것인지는 검증해보지 않았고, 또 그렇더라도 우리가 특별히 무엇을 책임져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시키는 곰팡이에 더 관심이 많지만, 곰팡이의 주 활약무대는 식물이다. 이 책에서도 절반 이상은 곰팡이가 감염시켜 파괴하는 식물에 대한 얘기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던, 또는 조금 옆으로 비껴 두었던 병원체로서의 곰팡이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것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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