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흑뢰성』은 정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사소설이면서, 추리소설이면서, 심리소설이었다. 『흑뢰성』의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I의 비극』을 집어들었을 때 비슷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I’라는 영문자가 거슬리긴 했지만.
전혀 달랐다. 『흑뢰성』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와 소재. 『흑뢰성』만큼의 신선함과 충격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해보니, 전체 흐름 속에 연작 이야기의 기법을 쓴 것은 비슷하다.
제목을 접했을 때부터 의심스러웠던 ‘I’는 ‘I턴’을 의미한다. ‘출신지와는 다른 지역, 특히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를 의미한다고 옮긴이가 설명하고 있다. 황폐화된 마을, 모든 주민이 떠나거나 죽은 마을, 미노이시를 재생시키려는 프로젝트가 시장 주도로 이뤄진다. 이를 맡은 것은 나름 야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생과’로 좌천된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민간지와 자유로운 영혼의 신입 공무원 간잔, 그리고 무사태평에 정시 퇴근이 철칙인 니시노 과장 셋뿐이다.
중간쯤부터 니시노 과장이 의심스러워졌다. 빈둥대는 것 같지만,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난 그는 사건의 이면을 파악해서 문제점을 알아내는 데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그래서 이 소설은 분명 추리소설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 결과는 한 가구씩(아니, 정확히는 두 가구씩) 미노이시에 정착하려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것이었다.
사건은 계속 벌어진다. 사건이 마무리될 때마다 미노이시는 비어간다. 결국 미노이시는 다시 아무도 살지 않는 빈 마을이 된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진다. 니시노 과장만이 아니라 간잔도 계획한 일이었던 것이다. 마을의 비극은 희극이었던 것이다.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계획이다. 인위적으로 외부인을 마을에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계획이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결론 하에 그들을 교묘하게 내쫓는 과정도 논란이 아닐까 싶다. 일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지방 소멸’이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것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서 어떻게 되든지 자연스럽게 둬야 할까, 아니면 인위적으로라도 방향을 돌려야 할까? 이는 중간에 만간지와 그의 남동생 사이의 논쟁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다는 걸 작가도 알고 있으니 니시노 과장의 계획대로 마을이 다시 비어가고, 만간지는 빈 마을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