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플로베르, 『애서광 이야기』
구스타브 플로베르 지음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얇은 문고본은 세 명의 저자가 쓴 세 편의 글을 모아 놓았다.
첫 번째 이야기 <시지스몬의 유산>은 옥타브 위잔(여기선 유잔으로 쓰고 있다)의 작품으로 그의 소설집 『애서광』에서 이미 읽었다. 『애서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었고, 애서광(愛書狂)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고서에 미쳐버려 나이도 많고, 못생긴 여인과 결혼까지 하여 책을 차지하려는 집착은 물론 , 책에 질려 버린, 아니 분노하는 에네오노르가 집념을 보이며 책을 파괴해버리자 바로 쓰러져 죽어버리는 시지스몬이야말로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냥 애서광이다.
두 번째 이야기 <애서광 이야기>야말로 플로베르가 쓴 글이다. 그가 15살 무렵에 썼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의 헌책방 주인 갸코모의 이야기다. 책 자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오로지 책만이 인생에 의미가 있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책에 대한 경매에 나서지만 결국은 다른 헌책방 주인이자 라이벌인 바프테스토에게 밀려 놓치고 만다. 그런데 바프테스토의 집에 불이 났고 갸코모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 책을 불 속에서 꺼내 오고, 바프테스토는 죽고 만다. 갸코모는 당연히 방화범을 몰린다. 그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책은 결정적인 물증이 된다. 변호사가 그 책이 또 하나 존재한다는 것을 보이며 그를 변호했지만, 갸코모는 더욱 낙심하고 말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걸어간다. 자신의 책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이 죽음보다도 더 큰 상실이었던 셈이다.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그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가 궁금할 정도다.
마지막 이야기는 오스트리아의 전기 작가로 유명한 스테판 츠바이크의 <보이지 않는 수집품>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장님이 된 수집가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작품들이 다 팔려나간 것을 모르는 채 베를린에서 고서화점 주인이 찾아오자 마치 보이는 듯 열정적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어쩌면 그 장님 수집가에게는 실제로 그 작품이 보였을 지도 모른다.
역시 나는 애서광은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마음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