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 않은 역사의 파편과 현재 읽기

조이엘,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by ENA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이야기해준다.

“역사의 파편에서 현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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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역사 시기는 좁은 편이다. 1569년 3월 4일 선조가 왕위에 오르고 2년 후 퇴계 이황이 임금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1623년 3월의 인조 반정 즈음까지다. 거의 선조와 광해군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셈이니, 전문적으로 어느 시기만을 파겠다는 역사책이 아닌 경우로 따지면 매우 좁은 시기의 역사다.


그러나 이 책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그 시기를 두고서 수천 년의 그리스로 가기도 하고, 심지어 지구 탄생 시기, 공룡의 멸종 시기까지 건너가기도 한다. 그리고 훌쩍 뛰어넘어 현대로 넘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온 현재가 조이엘의 타겟, 목표다. 짧은 역사 시기, 그러나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통해,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통해 현재를 다시 읽어보자는 것이다.


집중적으로 파고 있는 인물이 있다. 퇴계 이황 같은 인물을 앞에 둔 것은 참 의외다. 어쩌면 정말 재미없는 도학자이기 때문이다(물론 이번 총선에서 퇴계가 여자들을 가까이 했다고 한 역사학자 출신의 후보자 때문에 재조명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임금에게 소크라테스 같은 이, 즉 쇠파리 같은 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록 그는 실패했지만. 그리고 맨 끝은 또 의외로 고산 윤선도를 맺는다. 모르는 이들은 보길도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유유자적했다고 여기는 바로 그가 그런 17세기 조선의 소크라테스 같은 역할을 자처했다는 뜻이다(그는 정직한 고변 때문에 생애의 절반 이상을 유배지에서 고초를 겪었다).


중간에는 허균을 비롯한 그의 집안 이야기다. 사람들이 허균을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정말 똑똑한 인물이었고, 과감한 인물이었지만, 기회주의자였으며, 글과 삶이 다른 인물이었다. 아니, 글로 삶을 포장하기에 능했다. 또한 광해군에 대해서도 무척 박하다. 임금이 오르기 전에야 어찌 되었든, 임금이 된 후 공부에 게을렀고, 무당을 좋아해 그 말을 따라 궁궐을 짓거나 옮기곤 했다. 무수한 사람을 죽였으며, 자신에게 아첨하는 인물을 아꼈다. 이 지점들에서 조이엘은 현재로 자주 월경한다. 거의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굉장히 짧은 이야기로 나누고 있다거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의 어투(어쩌면 가벼워보이는)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 책의 특징은 그 굉장히 짧은 이야기가 전달하는 묵직함이고, 또 현재의 어투보다도 더 기시감이 들게 만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유다. 우리는 마치 그 역사를 또 다시 살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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