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간의 우유부단함과 무기력을 쓰다

퀴스타브 플로베르, 『감정 교육』

by ENA


귀스타브 플로베르라고 하면 『보바리 부인』이 떠오른다. 1857년에 출간한 『보바리 부인』은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심지어 작가 자신과 출판업자, 인쇄업자가 함께 기소되기까지 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사실주의의 선구적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그에 비해 『감정 교육』은 조금 덜 알려지긴 했지만, 플로베르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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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한 청년의 줏대 없는 연애담처럼 읽힌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고쳐 쓰며 자신 세대의 도덕과 감정에 대한 역사를 쓰고자 했다고 한다. 프렏데릭 모로라는 한 청년의 무기력하기만 한 사랑을 중심에 두고, 역사와 이상이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니 어떤 의미를 지니지 않는지를 성찰하고자 했다. 말하자면 역사와 사회에 우뚝 선 특별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가 아니라 역사에 거의 기록되지도 않는 무수한 보통 인간의 우유부단함과 무기력을 쓰고자 했던 것이다.


1840년 열여덟 살의 프레데릭 모로는 시골에서 파리로 오는 배에서 한 여인을 ‘본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사랑에 굶주린 젊은이가 사랑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사랑을 이상화하였기 때문이다. 아르누 부인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누 부인으로 나타난 한 이상적인 여인을 사랑하기로 한 것이고, 사랑을 실현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사랑에 아파하고, 실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프레데릭은 아르누 부인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방황한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을 만나는 것이다. 아르누의 정부라는 이유로 매춘부인 로자네트와 동거를 하고 사생아까지 낳는다. 그러면서 귀족 계급의 사업가 당브뢰즈의 부인과 만나며 결혼까지 계획한다. 그러나 아들이 아구창으로 죽고, 아르누 집안이 파산하며 당브뢰주 부인과의 결혼도 포기하고 만다. 그의 사랑과 열정은 이상의 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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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처럼 한 청년의 열병 같은 사랑과 방황을 그리는 듯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절대 허투루 놓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장대한 역사소설의 면모도 지닌다. 1848년의 혁명이 중심에 있고, 이후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와 시각까지 굵직굵직한 역사적 분기점에 설의 인물들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친구 델로리에, 소부르주아 자크 아르누, 귀족이자 사업가인 당브뢰즈, 노동자를 대표하는 뒤사르디에, 혁명가이지만 변절하는 세네칼, 보수주의자 로크 영감 등 각 계급과 신분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였는지를 작가는 세밀하게 파고들어 묘사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서 프레데릭만 분명한 노선을 가지지 못한 채 무기력한 구경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소시민 계층을 질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러한 태도야말로 대부분의 민중들이 가지는 태도라고 봤던 것일 수도 있다. 주인공의 분명하지 않은 노선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또한 이를 옹호하는 동료 작가들의 지지가 있기도 했다 한다.


역시 이 소설에서 압권인 장면은 3부 5장에서 6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뒤사르디에는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진다.

공포의 비명이 궁중 속에서 일었다. 경찰관을 눈으로 주위를 한 바퀴 살폈다. 프레데릭은 놀라 입을 벌린 채 그 경관이 세네칼임을 알아봤다.


6

그는 여행을 떠났다.



충격적 엔딩과 그 여운을 그대로 오래 끌며 장면을 전환하고 있는 이런 수법은 그야말로 ‘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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