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배런코언, 『패턴 시커』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은 패턴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지금으로부터 7만~10만 년 전 즈음 인지혁명이 일어나 다른 호모닌(homonin)과 진화적 결별하여 뇌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한 가지는 바로 체계화 메커니즘이고, 다른 하나는 공감회로다. 케임브리지의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이 능력은 다른 동물은 갖고 있지 않은 인간만의 특징이며, 이것으로 인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문학을, 철학을, 기계를, 그리고 문명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사이먼 배런코언은 고고학, 신경과학, 동물행동학, 비교생물학 등을 동원하여 인지혁명이 7만~10만 년 전에 발생했고, 그것의 핵심이 체계화와 공감이며, 그것이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에 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인지혁명의 시기도 그렇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능력이 정말 그런가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런데 배런코언은 적지 않은 분량을 통해 이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게 이 책에서 배런코언이 최종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인지혁명의 요소 가운데 그는 특히 체계화 메커니즘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다. “만일-그리고-그렇다면”이라는 규칙을 따르는 것이 체계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메커니즘을 장착하면서 인간은 발명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뇌 유형을 공감과 체계화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별히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hyper-systemizer)”이 있다. 배런코언의 관심은 바로 이런 사람에 집중된다. 왜 그런가? 배런코언이 자폐 전문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를 할 수 있다.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은 자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책 머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알(Al)’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의심의 여지없이 자폐인이다. 그런데 그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사람이며,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많이 남긴 사람이다. 바로 토머스 에디슨. 즉 발명가 중의 발명가. 특별히 그를 소개하면서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도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 즉 고도로 체계화하는 능력이 바로 발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체계화 성향이 높은 이들 가운데 자폐인이 많다는 것을 보였고,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학생이 인문학 전공 학생보다 더 많은 자폐 특성을 보인다는 것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실리콘벨리에 해당하는 아인트호벤에서가 다른 지역에서보다 자폐인이 많았다는 것을 밝혔고, 고도로 체례화하는 유전자 중 일부와 자폐의 원인 유전자가 겹친다는 것도 보였다. 즉, 인류를 인류답게 만든 체계화 메커니즘은 자폐와 연결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폐란 체계화 메커니즘이 극대화되면서 공감회로가 덜 발달된 상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런코언은 ‘신경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신경다양성이란 사람이 다양한 경로를 따라 발달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사람이란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런 관점을 정상과 이상을 구분하는, 그런 상황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하지만 나무에 오르는 능력을 기준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스스로 멍청하다고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되새기며, “모든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도 바뀌어야 하고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서는, 고도로 체계화하는 사람은 관심 분야를 전문적 수준으로 추구하도록 몇 가지 과목만 가르칠 것을 제시한다. 다양한 과목을 배워서 전인적인 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특히 우리의 교육체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일부는 시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재교육’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그런데 배런코언이 이야기하는 것은 특별히 뛰어난 학생, ‘영재’의 관점이 아니라, 좀 다른 뇌 유형을 가진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과학자 중에 자폐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럴 수 있지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설명은 처음 읽은 것 같다. 신경다양성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고, 교육의 차원에서도 자폐인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좀 열린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