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 삶과 죽음의 핵심

닉 레인, 『트랜스포머』

by ENA

2009년경 『미토콘드리아』를 읽을 때, 이후에 『생명의 도약』, 『바이털 퀘스턴』 등을 읽을 때의 지적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과학교양서적, 그것도 생물학 관련 책이 이렇게 수준이 높을 수도 있나 싶었다. 좀 더 솔직한 생각을 옮겨보면, 이렇게 빡쎄게 써도 읽을 사람이 많나? 싶었다. 영미권은 그렇나?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나 될까? 닉 레인의 책은 아마도 생명과학 ‘교양’서 수준으로는 최고 수준일 거다. 그의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생명과학을 그저 교양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좋아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닉 레인의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다. 배운다. 아니, 배우는 수준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야 겨우겨우 따라간다. 그러다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러면 나중에 다시 읽게 된다(그렇게 『미토콘드리아』와 『생명의 도약』을 다시 읽었다).


이번의 『트랜스포머』는 어쩌면 이전의 책 수준을 더 뛰어넘는 것 같다. 생명의 근원에 대해 깊은 질문과 나름의 답을 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밝히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물론 모든 것은 하나의 ‘회로’로 귀결되고 있지만, 그 회로에서 뻗어나오는 화학과 생물학, 지질학 등은 현란하다. 하지만 현란하다고 해서 눈을 어지럽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과학의 성격이 그런 것일뿐, 닉 레인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세히 전하고자 할 뿐이다.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언어로. 다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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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하나의 회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바로 ‘크레브스 회로’, 아마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을 배웠으면 주로 ‘TCA 회로’라고 배웠던 바로 그 회로다. 그리고 흔히는 ‘크렙스 회로’라고도 하고, 예전에는 ‘구연산 회로’라고도 했다. 구연산이 시트르산이니, 지금 다른 말로는 ‘시트르산 회로’라고도 한다. 고등학교 생명과학에서는 어떻게 기술하냐면, 이 회로는 산소호흡생물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배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과정이고, 발효 과정보다 더 많은 ATP를 만들어낸다. 학생들은 몇 개의 물질이 순환하는 것으로 배우고, 그 단계마다 어떤 물질이 들어가고, 나오는지를 외워야 한다(그러나 실제로는 회로에서 거쳐가는 물질은 그보다 더 많다).


닉 레인은 바로 그 회로가 생명 활동의 중심, 나아가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이 심해의 열수구에서 생겨났을 것이라는 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과학자답게 역시 열수구에서 이 회로의 몇 단계가 이뤄졌고, 그것들이 에너지를 만들지, 성장을 할지에 따라 정방향, 역방향을 오가면서 회로를 완성해간 것이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 물질들은 뉴클레오타이드, 지방산, 아미노산의 기본 물질이 되어서 생명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해왔고,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핵심은 바로 위와 같은 설명인데, 이것을 화학적으로 어떻게 타당한지, 실제적으로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증명’하고 납득시켜야하기 때문에 책의 설명은 어려워진다. 사실은 이게 과학이다. 배경을 보여주고, 바로 결론을 보여주는, 즉 과정을 생략해버리는 과학교양서적들이 넘쳐나는데, 그런 걸로는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과학 활동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음미하고 배울 수는 없다. 여기의 닉 레인의 글 역시도 그의 과학 활동의 엄밀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어떤 논리를 가지고, 어디까지 증명을 해나가야하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사실 궁금한 것은, 이 책이 그래도 꽤 팔리는 것 같은데...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까? 그리고 그들은 이 책을 어디까지 이해할까? 싶다. 물론 독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이런 책이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고, 또 정확히, 아니 어느 정도까지만이라도 이해하는 독자가 많다면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은 꽤 괜찮은 정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말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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