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종필, 『과학자의 발상법』

by ENA

과학자들은 세상에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낸다. 그 지식은 세상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하고, 세상의 발전을 선도한다(고 믿어진다). 과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과학은 '믿을 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는 토론 등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거나, 혹은 그럴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 과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 즉 과학자들은 뭔가 다를 것이라 여기고들 한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의 과학 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아니 그 전에 과학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과학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갈까? 즉, 과학자의 발상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무척 궁금해할 만한 주제다.


이종필 교수가 『과학자의 발상법』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과학자들이 실제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떠올리고, 발전시켜나가고 하는 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사실 과학자들도 자신이 어떻게 과학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과학자의 길에 들어서면서 그 분야에서 이미 잘 정립된 길을 따라 경력을 쌓아나가며 과학이라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로 과학자의 모습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 과학자의 활동에 대해 반성적으로 사고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의 과학적 발상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정립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사실 과학의 작동 방식이나 과학자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정립하는 것은 과학자에게도 필요하고, 과학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필요하다. 과학자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반성적으로 고민하고,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과학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현대 세계에서 막강한 위력을 가진다고 여겨지는(물론 그 위상에 대해서는 달리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과학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고, 또한 과학적 사고를 통해 삶의 방식 역시 바꿔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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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교수는 과학자의 발상법은 모두 여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정량적 발상'이다. 과학은 객관성과 재현 가능성을 위해 수식이나 값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량적 발상은 당연히 과학 활동에서 맨 앞에 놓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은 '보수적 발상'이다. 뛰어난 과학자란 일반적으로 과거의 것을 뒤집어 엎는, 이른바 혁명적 존재라 여겨지기 때문에 다소는 예상과는 발상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기존 체계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한다. 기존의 지식을 배우는 것은 새로운 지식으로 향하는 강력한 배경이 되며, 혁명적 발견 역시 기존의 지식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수적 발상을 이해해야 한다.


다음은 '실용적 발상'이다. 이는 과학이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학이라는 활동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그런 실용적 발상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혁명적 발상'이다. 새로운 데이터를 두고서, 물론 기존의 지식 체계로 설명을 시도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혁명적 발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패할 결심'은 과학에서의 일상적인 실패를 옹호한다. 과학자들에게 실패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리고 '미학적 발상'. 과학 역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단순함, 대칭성 등등이 과학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여섯 가지 발상법을 과학자의 발상법으로 정리하고 있으면서 각각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기의 것은, 물론 과학에서 보편적인 면을 추구하기 위해서 꽤 애를 썼지만, 애석하게도 물리학에 상당히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종필 교수가 스스로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다른 분야의 과학자가 자신의 작업을 이어받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말석의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여기의 여섯 발상법이 생물학에도 적용은 되겠지만, 적용되는 방식은 적지 않은 차이점을 갖지 않나 생각한다.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미학적 발상'에 관련해서, 단순함이나 대칭성이 생물학에도 적용될 수는 있겠지만, 생물학에서 아름다움은 오히려 다양함과 불규칙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물리학에 치우친 이 책의 주제가 이 책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학의 방법과 함께 과학(당연히 물리학)의 내용이 주를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그래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칫 방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역시 당연히 물리학)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 이라면 더욱 즐겁게, 더욱 가치 있게 이 책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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