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노년살이

김훈, 『허송세월』

by ENA

『라면을 끓이며』, 『연필로 쓰기』에 이어 『허송세월』. 10년래 김훈은 4, 5년마다 한 권씩 산문집을 내고 있다. 나는 그의 소설이 더 낫다고 보지만, 산문은 그의 생각을 보다 직접적으로 내비친다.


3부로 나눴고, 각 부의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다른 주제,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이 듦, 글, 그리고 젊음.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나이에 나이 듦, 즉 노년(老年)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어쩌면 경고문을 읽는 느낌이다. 앞으로 너도 그리될 것이라는... 그만큼 교훈적이다. 그러나 나도 동시에 세상을 보다 너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갖는다. 쉬운 일은 아닐 거란 건 안다.


성인이 된 후 평생 글을 써 밥을 먹고 살아온 김훈의 글에 관한 글을 정보를 담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리라. 한글의 조사와 형용사, 부사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해본 일이 있다. 물론 김훈의 생각에는 미치지 못한다. 당연한 건데, 괜시리 모자란 생각이 부끄럽다.


젊음에 관한 글이, 나는 제일 좋다. 안중근에 관한 몇 편의 글 꼭지는 『하얼빈』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에서의 처연함과 비장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배경을 좀 더 들여다볼 수 있다. 안중근에 관한 글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올해 돌아가신 신경림 시인의 사진이다. 강운구 사진전을 다녀와서 쓴 글에 신경림 시인의 젊은 시절 사진이 몇 장 얹어져 있다. 『농무』의 시절이다. 시집을 읽으며 뭔가 불끈불끈 솟던 나의 시절도 생각났다. 김훈의 글이 좋아서라기보다 나의 젊음이 생각나서 좋았던 건지도. 그렇게 나의 젊음을 떠올리게 하는 김훈의 글이 좋은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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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산문은 전체적인 구성보다 가까이 붙어 이는 주어와 술어로 구성된 문장 하나하나가 또렷하다. 그게 김훈의 생각을 명료하게 한다. 그것이 독자를 김훈의 생각에 조금 더 다가가게 한다. 그의 생각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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