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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4. 2020

사물로 기억되는 예술가들

장석주, 《예술가와 사물들》

사람은 도구-사물과 더불어 산다그것 없이 한순간도 살 수가 없다클립포크송곳망치와 같은 단순한 도구에서 컴퓨터나 자동차와 같은 복잡한 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은 사람의 필요에 부응하면서 우리의 능력용량을 늘리는 데 기여한다더 정확히 말하자면사물은 의지의 표현힘의 확대작동의 아름다움“(루스 퀴벨)으로 우리 삶을 보다 편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92)

 

장석주가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자전거도입부에 쓴 글이다. ‘예술가와 사물들이라고 했을 때, ‘사물에 대해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그 물성(物性)이 떠오른다그러니까 보부아르나 김훈의 자전가라든가존 스타인벡과 버지니아 울프의 연필폴 오스터나 카프카의 타자기는 그런 물성이 진하게 느껴져 예술가와 사물의 균형이 맞춰진다그런데 사물의 물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이를테면 에드워드 호퍼의 발레리 평전이라든가실비아 플라스의 가스오븐(그녀는 그 가스오븐을 켜고 자살했다), 유치환과 연애편지임화의 깃발 같은 것들이 그렇다여기서는 그냥 예술가를 얘기하기 위해 무언가 상징적인 것을 들고 나온 느낌이다사물보다 훨씬 예술가의 삶에 더 무게중심이 가 있다.

 

이런 애기를 하는 것은, ‘예술가와 사물들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의 느낌 때문이다이 제목에서 나는 예술가보다 사물들을 더 많이 생각했다우리 주변의 사물들에 얽힌 사연들이 나와 또 어떤 관련성을 맺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그런데장석주는 그 사물들을 예술가를 이야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경우가 많았다꽤 많은 예술가들(체 게바라 같은 이들이 예술가의 범주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그런 경우는 상당히 소수다)에 대해서 썼는데(2년간 신문에 매주 연재한 것이니 당연하다), 솔직하게 많은 이름들이 낯설 것으로 예상했다그래서 더욱 예술가보다 사물에 더 관심이 갔을지 모른다하지만정말 낯선 이름은 단 몇 개에 불과했다그러면서 장석주가 관심을 가진 것은 결국 예술가의 물건이 아니라그 물건을 소유하고사연을 가진 예술가의 삶이란 걸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를 규정하는 사물이 있기는 하다하지만 정말 그 예술가는 그러기를 바랄까 싶다예를 들어 사무엘 베케트가 포주가 휘두른 칼로 기억되기를 원할까나비 박사 석주명이 만돌린으로 더욱 기억되기를 원할까 싶은 것이다물론 사람의 일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고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할 수도 없다그러니 우리는 한 사람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대신 어떤 사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기억하기 좋게.

 

그런데 정말 장석주가 예술가들을 잘 요약하고 있을까 싶은 대목이 있다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그 생애를 내가 잘 모르기에 그의 단 두 페이지에 걸친 요약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내가 잘 아는 이의 생애에 와서는 그의 요약을 의심하게 된다하나는 올리버 색스이고다른 하나는 찰스 다윈이다올리버 색스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찰스 다윈의 경우에는 뭔가 잘못된 것 같다다른 이라면 다른 인물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신문 연재라는 짧은 지면 탓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그래도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을 때는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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