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야마 다쿠에이,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우야마 다쿠에이의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몇 가지:
우선 세계사를 이처럼 혈통과 민족의 관점에서 보는 게 정말 재미있다는 점이다. 각 지역과 국가들이 흥망성쇠를 정치적, 경제적 관점에서는 보는, 그런 근엄한 관점보다 그 국가와 민족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동과 섞임을 통해 보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미처 몰랐다. 다소 통속적인 감은 있지만.
두 번째로는 정말 모르는 것이 많았구나 하는 것이다. 국가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그 국가를 이루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라는 것은 정말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그곳의 사람들에 관해서는 정말 깜깜이었다. 그런 나라들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앙코르와트나 보로부드르 유적을 보면서 탄성을 지르면서 그 유적과 관련한 역사에는 무지한 것은 어찌 보든 문제다.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를 이루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당연히 단일 민족이라는 개념이 허구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런데 아예 ‘만주인’, 이렇게 지적하는 건 처음 본다. 어쩌면 이게 표준적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반도의 주도 세력이 하나의 민족 내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민족 사이에서 벌어진 것이란 시각도 우리는 별로 하지 않는 생각이다. 저자인 우야마 다쿠에이의 경우, 조금은 일본 관점에서 본 그릇된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그 중 하나가 임나任那에 대해서다. 그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임나라는 용어를 쓰는 걸로 봐서는 입장이 어중간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동조하는 극우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시각은 뭔가 약간의 충격을 준다.
네 번째로는 여기의 서술이 너무 도식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그림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 생각이 더욱 굳히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서술이 그렇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지역에 대한 서술도 그쪽에서 보면 도식적으로, 즉 세부를 너무 쳐낸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다섯 번째로는 이 책은 데이비드 라이크의 《믹스처》를 생각나게 한다. 《믹스처》도 세계 각국, 각 지역의 인종과 민족의 혼합에 대해 다룬 책이다. 다만 《믹스처》는 과학, 특히 유전체 분석에 기반하였다. 그러니 여기의 내용과 《믹스처》의 내용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책은 참 재미있다. 한 마디의 우스개소리도 하지 않고, 의도한 서술에서 벗어난 얘기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그리고 전세계의 민족과 인종을 거의 빠뜨림 없이 소개하고 있다(나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니 인류가 민족을 기록하고 구분하기 시작한 후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운다.
* 한 가지만 덧붙여 얘기하자면, 한국어 번역본이라고 해서 굳이 ‘일본인’을 ‘한국인’을 바꿔 쓰거나, 일본인보다 한국인을 앞에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인 저자가 그렇게 썼을 리는 없으니. 독자들은 다 감안해서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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