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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6. 2020

철학자는 어떻게 죽는가?

사이먼 크리칠리, 《죽은 철학자들의 서書》

질문은 이거다. “철학자는 어떻게 죽는가?” 그러나 결국은 어떻게 죽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그게 중요하다그래서 철학자 사이먼 크리칠리는 철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쓴다고 했지만결국에는 철학자들의 철학에 대해 쓰고 있다.

 

철학은 대체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으므로그 삶의 종착역인 죽음에 대해 무슨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철학자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인식하고철학은 당연히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결론은 없다어떤 철학자는 죽음에 무심하거나 냉정했고어떤 철학자는 죽음을 두려워했다어떤 철학자는 삶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어떤 철학자는 죽음의 한 방식으로 자살을 옹호했다어떤 철학자는 느닷없이 죽어버렸지만또 어떤 철학자는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죽었다다 읽어도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갈피가 잡히지 않고또 어떤 태도가 나의 태도가 되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없다어차피 철학자 사이먼 크리칠리도 그 혼란을 즐기라는 것 같다죽음은 어떻게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개인에게 유일무이한 사건이므로 그걸 경험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그러니 모든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게 옳은 것인지 결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은 이것으로 정리하고몇 유명한 철학자들의 인상 깊은 죽음에 대해 옮겨본다.

 

피타고라스콩밭을 건너는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군중들에게 잡혀 죽었다.

헤라클레이토스소똥에 질식사.

아리스토텔레스독약을 마시고 자살.

엠페도클레스에트나 화산에 뛰어들어 죽었다신이 되기를 꿈꾸며 그랬다는 얘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디오게네스왜 스스로 숨을 참아 죽었을까근데 그런 철학자가 꽤 된다.

아비센나이 위대한 이슬람 철학자는 성생활에 탐닉하여 아편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아퀴나스역시 이 유명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는 굵은 나뭇가지에 들이받는 바람에 죽었다고 한다.

<유토피아>를 쓴 토머스 모어가 참수형을 당한 것을 잘 알려져 있고,

조르다노 브루노가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당했다는 것도 길이길이 회자되는 얘기다.

베이컨이 경험주의 철학자답게 겨울날 닭고기 보관에 관한 실험을 하다 죽게 된 얘기나,

데카르트가 스웨덴 여왕의 부름으로 스톡홀름에 갔다다 너무 이른 아침에 잡힌 교습 때문에 폐렴을 죽었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라이프니츠가 그토록 외롭게 죽었다니...

몽테스키외는 사랑하는 애인 품에서 죽었다.

송로버섯 요리 과식으로 죽은 무신론자 라메트리는 행복했을까?

루소는 개와 한바탕 충돌한 것이 원인이 되어 뇌출혈로 사망.

백과전서파의 디드로가 살구열매에 목이 막혀 죽었다니 이렇게 애석할 데가.

칸트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 역시 유명한 얘기고,

니체가 정신병을 앓다가 죽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롤랑 바르트는 드라이클리닝 차에 죽었다.

질 들뢰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그리고 맨 끝의 죽음은 한 줄이다.

사이먼 크리칠리곰에게 쫓기다 사망

근데 1960이라는 태어난 해는 있는데사망 연도가 없다하고 책장을 보니 이 책의 저자다그가 그런 죽음을 원하는 걸까?


http://www.yes24.com/Product/goods/3609221?art_bl=1283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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