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Aug 18. 2020

수학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김민형,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이 책을 가제본을 통해 먼저 만났다가제본의 인상과 이렇게 산뜻하게 출판된 책의 인상은 사뭇 다르다뭐랄까가제본이 강의의 생생한 느낌을 전한다면이 출판된 책은 훨씬 완결된 느낌을 준다(당연한 느낌의 변화이지만그 느낌의 인상은 매우 분명해서 상당히 인상 깊다).

 

이 책은 결코 쉽지 않다많은 사고를 요구하고 있고또 그 사고가 수학에 기초하기를 바라고 있다수학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교양수학도서가 이렇게 수식을 잔뜩 적어놓아도 되는 건지 싶을 정도로 많은 공식과 계산식을 쓰고 있다어쩌면 김민형 교수는 이 책의 전작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성공에 고무된 것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아마도 김민형 교수도 세미나 참여자나 독자들이 그 공식과 계산을 모두 완벽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듯 하고또 그걸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다만 그런 수식을 통해서 수학이 다가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깨닫기를 바랐다고 생각한다수학은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 없다결국 수학은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그러니 수학의 접근법을 한번이라도 곰곰이 따져보고 그 끝자락이라도 잡아보는 것이 훨신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이 책은 질문에 관한 책이다세미나에 참여했던 이들의 말을 빌어서 질문이 던져지고 있지만김민형 교수는 수학이라고 분명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무척 많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요구한다질문은 수학에 관한 질문일수도 있지만결국은 세상을 바라보는 질문이 된다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알아야 한다아는 게 많을수록 질문은 많아지며 또 고급스러워지고또 본질적이 된다그러므로 이 책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무엇인지 조금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그저 논리적으로혹은 수치를 따져 가며 생각하는 게 수학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것김민형 교수는 우리 뇌의 작용을 계산그리고 대수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뇌 속에 있는 뇌세포뉴런이란 전류가 흐르거나 흐르지 않는 상태다시 말해 켜진 상태와 꺼진 상태로 작용합니다. ... 뇌를 이와 같이 생각할 때 우리가 기억하거나 인식하거나 눈으로 보는 것이 다 컴퓨터처럼 일종의 계산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컴퓨터가 하는 것이 계산이라면 우리 뇌의 작용도 분명히 계산이라는 것이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논리를 전개하는 것도 일종의 대수라는 점입니다.“ (398)

 

이게 그저 숫자를 가지고혹은 도형을 가지고 하는 일만이 수학적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수학이라는 얘기라 받아들이다.

 

그리고 현대 수학이 접근법이 어떤 것인지한 자락을 본 듯 하다인상 깊은 것은 아인슈타인이의 논문이나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논문을 통해서 현대의 기하학이 그림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우주의 모양을 다루고 있는데논문을 보면 눈에 보이는 기하학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온통 대수뿐이죠. 20세기 이후 기하를 수로 바꿔서 표현하는 것모든 기하학적인 양이나 관계를 대숮거으로 바꿔 생각하는 게 일상화되어버렸습니다그래서 현대 기하학에는 그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던 수학과 진짜 수학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1469708?art_bl=12884561


작가의 이전글 철학자는 어떻게 죽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