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리, 『물의 시대』
다미앙 드 고이스와 루이스 드 카몽이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이름일 듯하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포르투갈인이라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포르투갈에 대해 예의가 아닐 지는 모르지만, 현재 국제 질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나 상당히 중요한 국가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가 열리던 초기, 16세기 즈음에는 세계 질서를 선도하던 국가였다.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상관을 가장한 식민지, 식민도시를 건설하면서 부를 축적해가던 국가였다. 다미앙과 카몽이스(웬일인지 이 책에서도 한 사람은 이름을, 한 사람은 성을 주로 언급하고 있다)는, 바로 그 시기 세계를 누비던 포르투갈인이었다.
다미앙은 포르투갈 왕립 기록물 보관소의 소장이었다. 젊은 시절 네덜란드 등으로 파견되어 활약했던 외교관이자 역사가, 미술품 수집가, 그리고 심지어 다성음악의 전문가였다. 그는 1574년 1월 말 분명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로부터 10년 전에는 종교재판소에서 이단으로 심판받아 감옥에 갇히기도 했었다.
카몽이스는 묘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었다(그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마틴 푸크너의 『컬쳐』에서 처음 알게 되었었다). 시(詩)로 동서양 문화의 만남을 기록했던 카몽이스는 선원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감옥을 제집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들락거린 건달이었다. 동양으로 가는 배를 탄 것도 제 의지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서도 마카오에서는 꽤 좋은 직책을 맡아 한몫을 잡을 기회도 노릴 수 있었던 수단 좋은 허풍쟁이였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지만, 그의 삶이 역사에 기억되게 된 것은 『루지아다스』라는 시집을 남김으로써였다.
둘은 거의 같은 시기를 살았다. 에드워드 윌슨-리는 지금은 유럽의 변경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한때는 세계의 중심이었던 포르투갈의 두 인물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한 사람은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었으며,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았고, 주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며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을 겪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비록 고된 일이었지만 포르투갈 왕실의 연대기를 작성할 임무를 맡기도 했다(사실 더 인상적인 것은 에라스뮈스의 거의 마지막 비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또 한 사람은 부랑아 같은 삶을 살았지만, 아시아에서 진기한 경험(모험에 가까운)을 하고, 그 경험을 시로 승화시킨 인물이었다. 그들은 세계가 좁아지던 시기에 세계를 누비던 이들이었고, 그들을 통해서 당시 유럽인들이 가졌던 오해와 편견,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의 정체를 밝혀나가고 있다.
매우 독특하고, 사연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야기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그들이 역사에서 시대를 체현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모습을 충분히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타인’에 대한 인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와 열쇠를 준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우리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두 사람은, 그리고 역사는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재미와 지식, 교훈을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