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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Sep 16. 2024

인간은 불완전하다, 그러나...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 『불완전한 인간』

진화의학, 또는 다윈의학에 기초해서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존재의 불완전함을 다룬 책은, 조지 윌리엄스와 랜돌프 네스의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로부터 시작해서 무척 많다. 여기 또 하나의 책 스페인의 진화인류학자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의 『불완전한 인간』이 놓여 있다. 그저 이 분야에 그렇고 그런 책 하나를 더 얹어 놓는 책일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 혹은 더 나아간 시각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더 남겨주는 책일까?



인간이 걸리는 질병은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대부분 석기 시대의 몸이 현대의 급속도로 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 설명한다. 그 질병에는 치매도 포함되어 있고, 노화도 포함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노화, 불안, 암, 감염, 심혈관 사고, 신경 퇴행성, 폭력,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을 들여다보면, 진화적으로 형성되었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것들은 유전자의 다면발현 때문에, 혹은 과거에는 생존에 유리했으나 상황이 바뀌었지만 아직 제거되지 못했기에, 아니면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특성이기에 그것들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의 목록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병’들이 우리가 만들어낸 세상과의 불화로 생긴 것들이라는 것을 아는 것, 즉 진화적 사고가 왜 의미 있는 것일까? 저자도 인정한다. 이것은 안다고 해서 대부분은 당장에 어떤 치료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있긴 하다. 신경계 활성화의 변화가 내분비계나 면역계에 교차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같은 것). 


하지만 우리가 겪는 질병, 혹은 불편함의 많은 부분이 진화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위안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것들은 무조건인 결점이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치르는 대가이니. 조급한 마음을 놓고, 조금은 너른 마음으로 질병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가, 혹은 내 가족이 큰 질병에 걸렸을 때 과연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긴 하다. 그래서 나는 ‘앎’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는 부분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고인류의 화석, 특히 치아를 분석해서 그들의 상태를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우선 저자는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런데 죽은 이들의 화석에서 발견하는 여러 질병이나 상처의 징후들은, 그들이 그것으로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그럼에도 살 수 있었다거나, 살릴려고 노력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즉, 그 집단이 동료의 목숨을 소중히 여겼다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문명의 첫 징조를 ‘치유된 대퇴골’이라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대퇴골이 부러진 동료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인류는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를 어느 순간부터 보여줬다.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그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의식을 지녔던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질적인 도약이 ‘죽음’과 관련해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특징은 거의 모든 장을 문학 작품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과학자이면서 기관의 책임자인데도 친구와 함께 단편 소설 전문 서점을 열 정도로 문학적 소양이 깊다. 인간의 진화적 불완전함과 그것의 극복에 관한 이야기 모두는 문학 작품에 담겨 있다. 과학자는 증거를 찾지만, 소설가는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적 열정, 깊이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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