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 우즈, 『사라진 서점』
“책을 읽으면 꿈꾸던 것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인생을 상상할 수 있어요.”
오펄린, 마서, 헨리. 세 명의 남녀가 있다.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20세기 초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이 심했고, 편견으로 얼룩진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몸부림치던 오펄린. 그녀는 몇몇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을 넘어서 서점을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 여성으로서 자기 결정권을 가진 존재임을 증명해 나가야 했던 했다.
마서. 그녀는 사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어린 시절의 열정으로 결혼하지만 그 결혼은 구렁텅이였다. 폭력을 얼룩진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탈출한 마서는 나이도 가늠이 되지 않는 보던 여사의 집에서 입주 가정부 생활을 하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소설에서는 마서라는 한 인간의 존재가 어디서부터 왔는지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이다.
그곳에서 마서는 헨리를 만난다. 헨리는 사라진 서점을 찾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알콜 의존증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불우하게 보냈고, 명성을 얻기 위해 희귀본 찾기에 인생을 걸었다. 마서가 입주 가정부로 있는 바로 그 집. 그곳에 있었어야 할 오펄린의 서점. 더블린에 온 첫날, 분명 발을 들여놓았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서점이다. 그 자리에서 마서를 만난다. 그는 서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더블린에 왔지만 그녀를 만나고 자신이 어떤 존재여야 햐는지를 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닫는다.
오펄린과 현대의 인물 마서와 헨리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서술된다. 그건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교차시키고 있는 것과 같은 얘기다. 저자는 이렇게 서로 다른 시대를 오가는 전개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과거가 어떻게 현재를 빚어내는가에 늘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썼다. 과거의 오펄린이 현재의 마서와 헨리, 그리고 나아가 그들을 둘러싼 여러 지형을 만들어낸다. 물론 오펄린 역시 그보다 먼저 존재한 역사에서 나왔다.
책과 서점을 둘러싼 이야기이니만큼 많은 작가와 작품이 등장한다. 에밀리 브론테가 『폭풍의 언덕』 말고 두 번째 작품을 썼다는 가상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헤밍웨이와 『율리시즈』 의 제임스 조이스가 오펄린을 돕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만과 편견』, 『드라큘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영국과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영문학 대표적인 작품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소설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들을 음미하게 된다.
존재했던 서점이 사라진다든가, 책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인물들에 접근한다든가, 책의 내용이 등에 문신으로 새겨진다든가, 몇 명의 눈에만 보이는 보든 여사라든가...신비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책을 읽는 행위가 마법과 같은 것,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또한 오펄린, 마서, 헨리가 책을 매개로 삶을 개척해나가고, 또 사랑을 하는 이야기는, 책이 그저 꿈꾸는 데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현실화하는 힘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신비를 묘하게 결합하여 묘하게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