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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19. 2020

홀로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 대한 시각을 바꾼 남자

사이먼 윈체스터, 《중국을 사랑한 남자》

중국을 사랑한 남자”, 이 남자의 이름은 조지프 니덤이다이 이름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알려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지만중국의 과학과 문명이라는 대()저작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거의 전설적인 인물이 된 사람이다교수와 광인영어의 탄생완벽주의자들의 사이먼 윈체스터는 바로 그 인물의 삶과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탄생과 관한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았다.

 

1900년에 태어나 1994년에 사망한 조지프 니덤은 중국의 과학과 문명이 가장 유명하기에당연히 과학사가로 알려졌다하지만 정작 그는 역사 연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그는 생화학자였다그것도 매우 유명한생화학자로서 켐임브리지대한의 전임연구원이 되었으며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하지만 중국에서 온 유학생 루구이전과의 관계를 통해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그녀를 통해 한자어와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사실 그런 관계보다 연인 사이라는 관계가 더 흥미롭다공공연한 연인 사이이면서도 역시 생물학자였던 아내와의 관계도 지속되었고그 밖으로도 많은 여성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게 바로 조지프 니덤이었다),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중일 전쟁 당시 특별 임무를 띠고 당시 중화민국의 임시수도였던 충칭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되어 중국이라는 나라와 역사를 만나게 된다바로 그 인연에 이은 역사적이고도 개인적인 상황이 그를 중국의 과학 문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중국에 머물면서 곳곳을 여행했고많은 사람(과학자들을 포함해서)을 만났으며많은 서적들을 읽고 모았다그리고 알게 된 것이 바로 중국의 전통 과학이 당시 서양이 가졌던 통념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다서양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되었던 많은 것들이 이미 중국에서 만들었고 사용되었던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이로써 그의 운명은 바뀌게 되었다전쟁이 끝난 후, UNESCO에서 ‘S’(Science를 뜻함)를 만드는 데 관여한 후 다시 케임브리지로 복귀하고출판사에 자신의 원래 전공이 아닌 중국의 과학사에 대한 저술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서 드디어 그는 생화학자가 아닌 과학사학자가 된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첫 기획 이후 몇 년이나 지난 1954년에 제1권이 발간되고그가 죽은 이후에도 다른 저자들을 통해 발간되면서 2015년까지 7권 25책을 이루게 되는 방대한 저작이다대학 시절 중국의 과학과 문명》 1권의 축약본에 대한 번역서를 눈으로 살펴보고는 전체 규모가 그것의 2, 3배 쯤 되겠지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터무니없는 짐작이었던 것이다(사실 지금도 내 짐작이 어느 정도나 그 규모에 접근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조지프 니덤과 그의 업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그는 평생에 걸쳐서 사실상 혼자의 힘만으로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버렸다그런 과정에서 그는 인류의 상호 이해에서 중대하고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으며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402)

 

그는 그런 압도적인 중국의 과학 문명을 기록하면서 이른바 니덤 문제’(Needham question)라는 것을 제기한다, ”중국의 과학 전반왜 발전 안 했나?“라는 것으로그토록 발달했던 중국의 과학 문명이 왜 서양에 추월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니덤은 그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과거의 찬란하고 정교했던 문명에 대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지 모르고혹은 아마 중국(사랑했던 그로서는 그 대답을 객관적으로 찾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른다사이먼 윈체스터는 에필로그에서 현재 중국의 발달된 모습을 묘사하면서그 니덤 문제 자체가 의미 없는 게 아닌가하고 쓰고 있다잠시 문명의 빛이 흐려졌을 뿐 애초부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는 것이다그러나 그 문명의 빛이 잠시 흐려졌던 이유를혹은 서양의 문명의 빛이 근대 이후 중국을동양을 압도한 이유를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그리고 그 질문이 중국의 과학과 문명라는 저서를 낳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지프 니덤이 매우 객관적인 과학자였다고는 볼 수 없다그의 사회주의적 신념과 한국전쟁 당시의 세균전에 대한 편향된 시각은 차치하고라도한국과 일본의 우수한 성취를 중국의 것을 뒤덮어 버리는 식의 해석으로깊은 중국 편애를 드러냈던 게 그였다그래서 그의 성취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의 한계를 지적하고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거의 20세기와 함께 한 조지프 니덤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사이먼 윈체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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