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제임스, 《뜻밖의 과학사》
과학적 발견, 발명을 설명할 때 ‘우연’을 언급하는 경우가 꽤 많다. 다른 것을 의도했는데, 더 나은 것을 찾아내거나, 다른 용도를 찾아내거나. 혹은 실수가 세기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별 생각 없이 시도한 것이 놀랄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휴가를 갔다왔는데 그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그렇다. 과학은 꽤나 우연에 힘입은 경우가 많다.
팀 제인스가 《뜻밖의 과학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것들이다. 그는, 말하자면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 과학이 아닌 경우를 ‘서투름’, ‘불운과 실패’, ‘놀라움’, ‘유레카’,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누고 소개하고 있다. 아는 얘기, 모르는 얘기, 쉬운 얘기, 어려운 얘기 구분 없이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다는 걸, 거의 다 읽고 나서야 느낄 정도로 매우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퍼뜩 정신이 들어 다시 생각해 본다. 이게 모두 우연일까? 이를테면 플레밍이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을 우연이라고 하지만, 그 전에 그는 라이소자임이라는 것을 발견해서 연구하고 있었고, 비슷한 현상을 이미 봤었다. 그게 없었다면 배지에 ‘투명한 빈 자리’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했을까? 과학자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게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대로 나오지 않았을 경우 과학자들은 고민한다. 물론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성공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시도하고 있었고, 고민하였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룬 것이다.
그게 쉬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우연히 발견하고 발명했다고 쉽다고 여길일이 아닌 것이다.
팀 제임스도 ‘우연’에 의한 과학에 대해 쓰면서도 이에 관해 염려했음이 분명하다. 그는 머리말에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발견이 우연인데, 사람은 발견의 순간을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과학적 사실에 의도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을 경우, 그것을 ‘우연’이라고 한다면 우연이겠지만, 그건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우연과는 다른 의미의 우연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신나게 읽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과학의 뒷얘기도 알게 되었다.
그중 정말 몰랐던 것 하나를 꼽자면 그레이엄 벨의 전화 발명에 관한 얘기다. 바로 오해에 관한 얘기다.
그레이엄 벨이 자신의 연구 내용(구강 음향학에 관한 연구)을 아버지에게 보냈다. 아버지는 그 연구가 유명한 물리학자 헬름홀츠가 이미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 실망했지만, 아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고 헬름홀츠의 책을 보냈다. 독일어로 된 책이었고, 아들은 독일어를 전혀 못했다. 내용을 모르던 아들 벨은 그림만으로 어떤 내용인지를 추측했는데, 소리굽쇠와 회로를 나타낸 도표를 보고는 헬름홀츠가 이미 송신기에서 수신기로 소리를 전기적으로 전송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착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가능한 기술이라는 얘기인데... 말하자면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헬름홀츠의 책을 오해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계를 발명해낸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런 얘기가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