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뒤돌아 앉은 서로의 등을 위로하다

후지모토 타츠키, 《룩백》

by ENA

정말 오랜만에 만화를 읽고(보고?) 써본다.

계기가 있었다.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러닝타임이 채 한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원작이 있다고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에 끌렸다. ‘룩백(Look back)’. 뒤를 돌아본다는 뜻이든, 등을 본다는 뜻이든, 혹은 또 다른 의미가 있든...


KakaoTalk_20240927_193206564.jpg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후지노와 코모토의 이야기다.

그런 경우가 있지 않나? 반이나 학교에서 내가 어떤 분야의 제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실은 다른 친구, 그것도 별로 주목받지도 않던 친구가 더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 후지노의 경우가 그랬다.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 친구가 그린 만화가 더 좋아 결국은 만화 그리기를 그만둘 결심까지 한다.


그런데 실은 자신의 재능을 의심케 했던 친구가 자신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은 협동 작업을 한다. 후지노는 주로 스토리 라인과 인물을, 또 코모토는 배경을. 둘의 작품을 인정받는데...

당연한 것이지만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기고, 헤어진 후 한 친구에게 사고가 생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되돌린 시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제목처럼 만화에서 ‘등(back)’이 정말 많이 보인다. 홀로 만화를 그릴 때도, 함께 만화를 그릴 때도. 그런데, 똑같은 등의 모습이지만, 홀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는 그 등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받쳐주고 있다고 할까? 아니면 등의 의미를 만들어간다고 할까?


KakaoTalk_20240927_224746263.jpg
KakaoTalk_20240927_224746263_01.jpg


만화의 그림이 뛰어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만큼은 애틋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걸 그냥 소설로 썼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만화의 여백들이 사라져버리며 그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만화가 가진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만화를 영화화했다고 했는데, 영화의 컷들을 보니 흑백의 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어떤 것이 낫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흑백의 선이 주는 너른 여백과 컬러의 색채가 주는 현실감은 서로 다른 차원일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라플라스의 마녀와 소년, 그리고 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