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타츠키, 《룩백》
정말 오랜만에 만화를 읽고(보고?) 써본다.
계기가 있었다.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러닝타임이 채 한 시간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원작이 있다고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에 끌렸다. ‘룩백(Look back)’. 뒤를 돌아본다는 뜻이든, 등을 본다는 뜻이든, 혹은 또 다른 의미가 있든...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후지노와 코모토의 이야기다.
그런 경우가 있지 않나? 반이나 학교에서 내가 어떤 분야의 제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실은 다른 친구, 그것도 별로 주목받지도 않던 친구가 더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 후지노의 경우가 그랬다. 학교에도 나오지 않는 친구가 그린 만화가 더 좋아 결국은 만화 그리기를 그만둘 결심까지 한다.
그런데 실은 자신의 재능을 의심케 했던 친구가 자신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은 협동 작업을 한다. 후지노는 주로 스토리 라인과 인물을, 또 코모토는 배경을. 둘의 작품을 인정받는데...
당연한 것이지만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기고, 헤어진 후 한 친구에게 사고가 생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되돌린 시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제목처럼 만화에서 ‘등(back)’이 정말 많이 보인다. 홀로 만화를 그릴 때도, 함께 만화를 그릴 때도. 그런데, 똑같은 등의 모습이지만, 홀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는 그 등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다.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받쳐주고 있다고 할까? 아니면 등의 의미를 만들어간다고 할까?
만화의 그림이 뛰어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만큼은 애틋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걸 그냥 소설로 썼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만화의 여백들이 사라져버리며 그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 같다. 만화가 가진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만화를 영화화했다고 했는데, 영화의 컷들을 보니 흑백의 만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어떤 것이 낫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흑백의 선이 주는 너른 여백과 컬러의 색채가 주는 현실감은 서로 다른 차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