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마녀와의 7일》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뉴턴의 역학을 받아들이며 물질의 모든 정보를 측정할 수 있고, 그것을 분석할 수만 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후 사람들은 그런 능력을 가진 지성을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불렀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등장시켜 멋있는 소설을 썼다. 바로 《라플라스의 마녀》. 그리고 이어서는 프리퀄인 《마력의 태동》이라는 단편집을 냈고, 이렇게 《마녀와의 7일》을 냈다.
라플라스 시리즈인 만큼 ‘라플라스의 마녀’이자 ‘제1호 익스체드’인 우하라 마도카의 활약이 펼쳐지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을 우하라 마도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오히려 평범한 능력을 지닌, 아빠 잃은 중학생 소년 리쿠마와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않지만 성실하고 악착같은 형사 와키사카의 활약이 더 눈에 띤다. 이는 이 세상을 진짜 움직이는 것은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며, 누구도 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전하고자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의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소설은 DNA 분석 기술과 AI 기술을 통해서 사회가 점차 통제되어가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다. 과경수사과의 과장이 이바는 물론, 와키사카 형사의 상사인 모가미의 입을 빌어 그런 분석 기술을 통한 혜택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것이 가져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이와 같은 통제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미등록자》라는 소설에서 다룬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보다 정교화되고 확대화되고, 또 현실화되어가는 기술을, 아주 아날로그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과 아주 평범하지만 성실한 이들을 대비시키고 있다.
다만 이바의 범죄가 조직 상층부의 묵인과 개인의 일탈이 빚어낸 것이고, 그런 기술을 통한 분석이 잘못된 것 역시 하나의 사례만을 언급하고 있어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소설은 특수성으로 보편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특수한 이야기가 가지는 힘은 분명히 있다. 또한 그런 현대의 기술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다는 현실적으로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소설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물론 재미는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