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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04. 2024

'나'는 누구인가

그레고리 번스, 『‘나’라는 착각』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렇게 이 책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특히 ‘나’라고 하는 인격체는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서로 동일한지, 동일하지 않다면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인식론에서 이 논의를 시작한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이런 학문 분야의 논의를 바탕으로 저자는 자아가 있는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즉 뇌의 ‘발명품’이다. 이는 자아를 형성하는 바탕이 되는 기억이 불완전한 데서 시작한다. 기억이란 일관되고 연속적인 흐름이 아니다. 장면이 불연속으로, 그것도 압축되어 저장된 것을 뇌가 제멋대로(그러나 그럴듯하게) 이어 붙여 이야기(서사)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기억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은 불완전하다. 그런 기억에서 비롯된, 즉 과거의 나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자아이기 때문에 자아는 뇌의 발명품이고 시뮬레이션인 것이다.      


이러한 기억과 자아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이것을 잊고, 또 무시한다. 저자는 이를 분명하게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옹호한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른바 ‘다중인격’으로 유명한 이들에 대한 기록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다중인격은 일반적인 것이며, 누구라도 여러 가지 인격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저자를 비롯한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다.

      

저자는 자신이 믿는 이야기가 자신이 된다고 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 즉 ‘믿음’과 ‘이야기’가 모두 중요하다. 우리는 이야기, 혹은 서사의 형식으로 세상을 파악하며, 있는 그대로(그런 것이 있기는 한가?)가 아니라 믿고자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그것을 내면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믿는 이야기의 힘은 진화적으로 우리는 집단 속에서 집단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른바 ‘위록지마’와 같은 현상이 개인이 파렴치하거나 마음이 허약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라도 집단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이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다. 이는 집단이 한꺼번에 불의 쪽에 서서 크나큰 문제를 일으킨 역사(이를테면 나치의 만행)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이 다른 엇비슷한 책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제3부 꿈꾸는 자아’다. 여기서 저자는 미래를 바꾸는 방식을 제안한다. 앞에서와 같은 뇌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뇌가 인식하는 방식에서 이야기(서사)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에 바탕으로 두고 독서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고, 변화의 동력으로서 ‘후회’를 이야기한다(실망이 아니라). 또한 미래의 나를 상상하고(물론 현실적으로),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나간다면 어느 정도는 미래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다소 충격적이고, 나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시작한 것 같지만 결국은 그런 이해가 나의 삶을 바꾸고 바람직한 자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론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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